황창규 KT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된 광고감독 차은택씨 재판에 증인출석을 두번이나 피했다.
황 회장은 조만간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연임확정을 앞두고 박근혜라는 ‘꼬리표’를 없애는 데 부심하고 있다.
◆ 황창규, 차은택 재판에 불출석
KT 관계자는 14일 “황창규 회장이 15일 열리는 차은택씨 재판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며 “불출석사유는 경영상의 이유”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에서 열리는 차은택씨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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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회장이 2월28일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7(MWC2017)'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황 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차은택씨 측근 이동수씨를 채용했고 안 전 수석의 요청을 받아 이씨를 광고담당 임원으로 임명했다. 또 포레카 전 대표 김영수씨의 부인 신혜성씨도 채용했다.
그 뒤 KT는 ‘비선실세’ 최순실(최서원)씨가 실소유주로 있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물량을 몰아줬다.
황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윗선의 관심사항’이라며 이씨를 KT에 채용해줬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직관적으로 윗선을 VIP(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인식했다”고 진술했다.
황 회장은 또 “안 전 수석이 ‘VIP가 KT 광고를 많이 걱정한다’며 ‘이씨를 광고업무로 옮겨라’고 말했다”며 “광고대행사 선정과정에서도 안 전 수석이 VIP 뜻이라고 하니까 무시할 수 없어 실무진에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황 회장은 8일 열렸던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소환됐는데 6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황 회장은 불출석사유서를 통해 “안 전 수석으로부터 이씨 채용과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대행사 선정 부탁을 받았지만 차씨와 관련된 내용은 모른다”며 “검찰 진술서 외엔 아는 것이 없으니 증인신청을 재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 황창규, 박근혜 게이트 꼬리표 부담
황 회장은 1월 CEO추천위원회에서 대표후보로 추천돼 연임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2014년 1월 회장 취임 이후 KT의 실적 개선과 혁신을 이끌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KT는 24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황 회장의 3년 연임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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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그러나 황 회장에게 ‘박근혜 게이트’라는 꼬리표는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최서원(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 등이 관련된 KT의 이권개입을 주요 파면근거로 들었다.
KT새노조는 헌재의 탄핵선고문이 발표되자 10일 “황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부역자”라며 “황창규 회장이 즉각 사퇴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KT 소액주주들과 시민단체인 약탈경제반대행동 등도 황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했고 법원에 KT CEO추천위의 대표추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KT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노조도 국민연금이 KT주총에서 황 회장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요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의 연임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것이 유력하지만 황 회장이 박근혜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다음 정부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