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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2일 열린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명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오고 있다.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를 놓고 금융당국과 임 회장 사이에 벌어지는 힘겨루기가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서 KB금융사태로 현재 진행중인 LIG손보 인수승인심사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승인 주체인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이 임 회장의 사퇴압박 카드로 LIG손보 인수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 LIG손보 인수도 압박 카드로 삼나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는 임 회장이 3개월 동안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은 것이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승인에 하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영공백은 LIG손보의 계열사 편입승인 심사에 심대한 하자로 볼 여지가 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은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나 금감원에서 KB금융이 경영공백인 상황에서 LIG손보를 인수해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B금융이 윤웅원 부사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으나 경영상 역부족일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현재 LIG손보 인수에 관련된 경영실태평가는 금융위의 위탁을 받은 금감원이 수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KB금융과 LIG손보 양쪽의 ▲경영건전성 ▲경영상태 ▲인수 관련 사업계획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올린 평가결과를 논의해 최종승인을 내린다.
금감원은 임 회장이 직무정지 3개월 중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회장 자리가 계속 비어있을 경우 경영건전성과 경영상태 항목의 점수를 낮게 매길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이 이를 통해 3등급 이하의 경영실태평가를 받으면 인수승인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KB금융 이사회에 임 회장의 퇴진에 힘써줄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LIG손보 인수건을 카드로 쓸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임 회장에게 처음 중징계를 사전통보한 지난 6월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회장의 징계가 직무정지로 올라가고 임 회장이 계속 반발하는 상황에서 LIG손보 인수승인을 압박용 카드로 쓸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유례없는 중징계를 강행한 만큼 임 회장이 계속 버틴다면 LIG손보 인수심사에 유리할 리 없다”며 “KB금융의 기업 인수합병 잔혹사가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KB금융, 악재 속에도 LIG손보 인수 기대 걸어
KB금융은 임 회장의 거취와 별개로 숙원사업인 LIG손보 인수가 승인되길 강력하게 바라고 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임 회장이 직무정지 상태이나 우리는 LIG손보 인수에 아무 차질이 없도록 계획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금융업 전 분야에 걸친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금융지주사가 된다. 예상되는 총자산만 408조3천억 원이며 당기순이익은 1조5천억 원에 이른다.
KB금융은 LIG손보 인수전에 뛰어들어 지난 6월 우선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LIG손보 지분 19.47%를 685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다음달 말까지 금융위 승인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KB금융이 LIG그룹에 지연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애초 이달 말에 금융위의 최종승인을 받아 다음달 1일부터 LIG손보를 KB손보로 이름을 바꿔 공식 출범하려 했다. 그러나 임 회장의 직무정지 중징계로 인수승인 자체가 다음달로 미뤄진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금융 경영이 정상화돼야 LIG손보 인수작업도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LIG손보 직원들도 KB금융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