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매각을 추진하는 낸드플래시사업 인수전에 여러 중화권업체들과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시장 지배력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어 반도체 인수전 결과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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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8일 외신을 종합하면 도시바가 낸드플래시사업 지분의 매각규모를 늘려 경영권도 양도하는 쪽으로 조건을 변경한 뒤 인수전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도시바가 SK하이닉스에 인수제안을 보낸 데 이어 대만 홍하이그룹과 TSMC도 지분을 공동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도시바와 낸드플래시에서 협력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중국 대형 가전업체 미디아그룹 등 글로벌 제조사도 안정적인 낸드플래시 수급기반 확보를 노려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정부 관계자들은 일제히 “반도체기술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중화권 자본이 유입될 경우 기술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 반도체기업들이 지분을 인수할 경우 각국 정부의 독점금지규제에 부딪혀 인수가 무산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 경영난 확보를 위해 자금확보가 시급한 도시바가 이런 위험부담을 안으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애플 등 제조사와 글로벌 사모펀드는 도시바 반도체의 지분 일부를 인수에 협력을 강화하거나 투자효과를 얻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대규모 투자로 경영권 확보를 노릴 이유가 크지 않다.
이처럼 인수전의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도시바와 격차를 점점 벌리며 낸드플래시가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의 반도체 인수전 결과에 따라 시장지배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결과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중국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는 중화권업체에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넘어갈 경우 공격적인 생산시설 확대로 수년 안에 시장을 크게 잠식할 수 있다.
홍하이그룹이 주인이 되면 글로벌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로 애플과 중국업체 등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주요 고객사도 빼앗아갈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10% 정도의 점유율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지만 SSD시장에서 점유율이 5% 미만으로 미미하다.
SSD의 특성상 기존에 하드디스크사업을 벌이던 삼성전자와 웨스턴디지털, 도시바 등이 PC와 서버 고객사기반을 굳건히 확보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또는 마이크론이 도시바 반도체 지분을 인수할 경우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사기반을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돼 급성장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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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3D낸드 기술을 적용한 SSD. |
결국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도시바 낸드플래시사업의 매각이 무산되거나 이전부터 도시바와 계속 협력하던 웨스턴디지털, 투자펀드 등이 지분을 인수하는 결과가 최선일 수 있다.
하지만 도시바 인수전에 여러 업체들이 뛰어들어 매각협상이 장기화되면 삼성전자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기업들이 도시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시기를 늦출 수 있고 도시바 역시 지분매각으로 자금을 마련할 때까지 연구개발과 신규 생산투자를 집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기존에 낸드플래시사업을 하던 반도체기업이 도시바의 낸드플래시를 인수할 경우 과점체제가 강화돼 삼성전자 등 주요업체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업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D램시장과 같이 안정적인 구조가 유지돼 신규 경쟁업체의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낸드플래시업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호황기를 맞을 것”이라며 “도시바의 매각협상 장기화로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황개선에 따른 수혜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