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권에서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달라질까?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동안 부동산 거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양책을 쓰다가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지난해부터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하지만 부동산 구매를 위한 가계부채 증가세는 멈추지 않아 앞으로 국가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대선주자들은 부동산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역대 정권이 부동산정책에 손을 잘못 댔을 때 지지율이 곤두박질했던 실패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 문재인 "부동산 보유세 인상"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차기정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박근혜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와 다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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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국가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시장에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 중순에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라는 대담집에서 “부동산 보유세가 국제 기준보다 낮다”며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의 평균은 1.09%로 한국보다 0.3%포인트 높다. 미국이나 영국보다 약 2배가량 낮다.
부동산전문가들은 부동산 보유세의 비중을 늘릴 경우 부동산 양극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투기수요가 현재보다 확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에 출마할 당시에도 부동산 보유세 인상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점을 감안할 때 출마선언을 공식화한 뒤 이 방안을 공약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참여정부에서 국정과제·국민경제·사회정책 비서관과 환경부차관 등을 역임한 김수현 서울연구원장을 경선캠프에 영입했다. 부동산 보유세 정책과 관련한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김 원장이 영입된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참여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입안하는데 관여했던 대표적 인사다. 참여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을 추진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도 부동산정책을 놓고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김 원장이 참여정부에서 내놨던 부동산정책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기는커녕 유례없는 부동산값 폭등을 낳았기 때문이다.
문병호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0일 “문 전 대표는 또 다시 대한민국에 부동산 광풍을 휘몰아치게 할 것인가”라며 김수현 원장의 영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문 최고위원은 “많은 전문가들은 김수현 원장 같은 사람이 다음 정부의 정책담당자가 되면 부동산값 폭등과 같은 심각한 정책실패가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참여정부의 정책실패의 반성과 사과를 하기는커녕 친노인사라는 이유로 김 원장을 다시 정책참모로 영입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로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 이재명 “국토보유세 신설”, 안희정 “부동산 정책, 경기부양수단은 안돼”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겠다며 가장 급진적 부동산 정책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 시장은 “국내 전체의 토지자산 가격이 6500조 원 정도인데 부동산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2조 원, 재산세 5조 원 정도로 너무 적다”며 “국토보유세를 새로 만들어 연간 15조 원의 세수를 더 걷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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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성남시장(왼쪽), 안희정 충남도지사. |
이 시장은 “국내 개인의 10%가 전체 개인이 소유한 토지의 66% 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법인의 경우도 1%가 전체법인 소유량의 75%를 갖고 있다”며 “여기서 생기는 불로소득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하면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계층으로부터 더욱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어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시장은 국토보유세를 통해 추가로 걷는 세금을 국민들에게 ‘기본소득’ 명목으로 연간 3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 95%는 이미 내고 있는 재산세보다 조금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지만 기본소득 명목으로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얻게 된다.
국토보유세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도 쏟아진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 시장의 국토보유세 신설과 기본소득 지급공약은 실현이 불가능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국민들이 포퓰리즘 공약을 놓고 당장 이익이 된다고 받아들이지 말고 오히려 더 크게 비판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늘어난 세금만큼 임차인들에게 월세로 전가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부작용이나 문제점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는 어떤 부동산정책을 내놓을지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경기부양수단으로 삼는 데 반대하고 있다.
안 지사는 “(차기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하면서 가계부채를 관리하는데 들어갈 시기”라며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시장을 이용했다가 차기정부에 부담을 주는 일이 많았는데 이런 우를 되풀이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 안철수 유승민 남경필, 부동산시장 안정화 한 목소리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부동산정책은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를 언급하고 있는 측면에서 안 지사의 부동산정책과 닮아있다.
안 전 대표는 “노령화 등으로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급격한 하락은 경제에 큰 충격을 미치고 가계부채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서서히 안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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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
그는 “앞으로 시중금리가 점차 오를 것으로 보여 인위적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면 규제를 강화해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낮춰야 한다”며 별도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부동산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실수요자들과 중산층이 안정된 주거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안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라는 점을 거듭 주장했다.
반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부동산활성화 정책에 따른 가계부채의 급증이 국가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정책을 한시라도 빨리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 의원은 “가계부채나 부실기업 등 우리 경제의 뇌관과 같은 문제들은 신속하고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며 “부동산시장의 상황과 가계부채를 고려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2014년 7월 경제부총리에 취임한 직후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과 주택담보인정비율 등의 규제를 모두 완화했다.
최 전 부총리는 규제완화로 부동산값을 유지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가계부채가 최근 1340조 원까지 급증하는데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유 의원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부동산정책을 고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에 서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