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창고형 할인점의 대명사 코스트코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트레이더스가 자유로운 구매와 결제, 신선식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코스트코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올해 트레이더스만 3곳 출점하면서 올해 안에 코스트코 점포수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3%대를 돌파하면서 코스트코를 바짝 따라잡았다.
◆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거의 따라잡았다
27일 신세계그룹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2010년 1호점인 구성점을 선보인 지 6년 만이다.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은 2015년보다 21.9%나 늘어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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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트레이더스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점포 수도 11개까지 늘어났다.
이마트는 올해 이마트 대신 트레이더스만 3곳 추가로 열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2023년까지 50개 매장을 연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국내에 창고형 할인점시대를 열었던 코스트코도 최근 송도점을 열면서 점포 수를 13개로 늘렸다.
올해 안에 트레이더스가 14곳으로 늘어나면서 7년 만에 코스트코를 점포 수에서 앞지르게 된다.
매출은 코스트코가 크게 앞서고 있다.
코스트코는 2015회계연도(2015년 9월1일~2016년 8월31일) 기준으로 3조5천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특히 서울 양재동에 있는 코스트코 양재점에서만 1년에 5천억 원의 매출이 나온다. 세계에 있는 모든 코스트코 매장 가운데 가장 많다.
영업이익률은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2015년 영업이익률이 3%대로 추정된다. 2011년까지만 해도 6%대였지만 트레이더스뿐 아니라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이 등장하면서 점차 뒷걸음질했다.
반면 트레이더스의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올라 지난해 3%대를 찍었다.
◆ 코스트코는 경쟁력 높은 PB, 트레이더스는 신선식품으로 승부
코스트코의 강점으로 자체브랜드(PB) ‘커클랜드’와 환불정책이 꼽힌다. 코스트코에서 산 물건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환불이 가능하다.
커클랜드는 자체브랜드 가운데 독보적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커클랜드의 브랜드 가치가 7조3억천 원으로 코스트코 전체 브랜드 가치의 70%를 차지한다는 외신의 분석도 있다.
이마트 역시 자체브랜드를 처음 내놓을 때 커클랜드를 참고했다.
코스트코는 커클랜드의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커클랜드 상품의 이익률을 다른 상품의 이익률보다 낮은 15% 이하로 책정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커클랜드 상품을 사기 위해 돈을 내고 코스트코 회원으로 가입한다. 코스트코 회원수는 세계에 8천만 명에 이르며 국내 회원수도 100만 명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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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이더스 하남점. |
정 부회장은 신선식품 강화라는 전략을 내세우며 틈새를 파고들었다.
트레이더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기를 끈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9개는 신선식품과 정육상품이었다. 트레이더스가 주로 가공식품과 공산품을 취급하는 코스트코와 차별화하기 위해 신선식품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트레이더스의 신선식품 매출 비중은 전체의 35%에 이른다.
자체브랜드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처음 선보인 ‘트레이더스 딜’은 현재 100여 개까지 종류가 늘어났다.
트레이더스는 특정회사의 신용카드와 현금만 결제가 가능한 코스트코와 달리 결제가 자유롭다. 회원가입 역시 필요없다.
트레이더스는 회원가입비를 받는 대신 구매비용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유지한다. 핵심 아이템 4천 가지만 운영해 단일상품에 대한 구매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트레이더스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트레이더스 조직을 기존 담당조직에서 본부조직으로 격상했고 출범초기부터 조직을 이끌어온 노재악 상무도 부사장으로 올렸다.
내수침체로 국내 유통업계가 부진에 빠졌지만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 등 창고형 할인점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경쟁력이다. 상품 진열 등에 필요한 인력을 최소화하고 상품을 묶음 형태로 대용량 판매하면서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 판매가 가능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