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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가 '가장 좋은 직장'에 뽑힌 이유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9-11 20: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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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트코가 '가장 좋은 직장'에 뽑힌 이유  
▲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코스트코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에서 ‘꿈의 직장’으로 통한다. 직원보수와 복지가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구글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유통기업 ‘코스트코’다.

유통업체는 흔히 일이 힘들고 월급은 적은 곳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코스트코가 2위에 오르자 미국 언론들도 놀라워했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미국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올리려 애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초 민생투어 첫 방문지로 선택한 곳이 코스트코 매장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코스트코처럼 수익성 있는 회사는 고임금을 생산성 향상의 수단으로 본다”고 칭찬했다.

◆ 업계 최고 임금과 의료보험 혜택

미국 구직정보업체 ‘글라스도어’는 지난 5월 미국 내 약 30만개 기업 직원 2300만 명을 대상으로 17개 항목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순위를 정했다. 이렇게 선정한 ‘미국 내 연봉과 사원복지가 가장 좋은 직장’ 순위에서 코스트코가 구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특히 외부의 평가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해당기업 직원들이 익명으로 직접 평가하는 방법으로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만큼 코스트코 직원들은 직장생활에 만족한다.

코스트코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시간당 임금이 높은 점과 의료보험 혜택이었다.

코스트코 매장의 계산대 신입직원의 시간당 임금은 12달러 수준이며 선임직원은 시간당 16달러가 넘고 일부 관리자급 직원은 시간당 임금이 22달러다.

이들 전체 직급의 평균을 내면 시급 15.2달러인데 이는 미국 내 경쟁사인 월마트의 자회사 샘스클럽(9.4달러)과 타깃(8.2달러) 등보다 훨씬 높은 임금이다.

코스트코가 높은 평가를 받은 요인으로 의료보험제도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와 달리 개인이 자체적으로 민간의료보험에 들어야 한다. 그런데 의료보험 가입료가 비싼 편이라 대부분 회사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을 이용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직장을 평가하는 기준 가운데 의료보험 혜택이 상당히 중요하다. 코스트코는 직원 88%가 회사가 제공하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의료비의 8%만 직접 부담하면 되고 나머지는 회사가 지원해준다. 경쟁회사 월마트는 직원 절반 정도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다.

코스트코 직원들이 회사에 만족하는 정도는 이직률로도 증명된다. 월마트 직원들의 연간 이직률이 44%인 반면 코스트코 직원의 이직률은 6%에 불과하다.

  코스트코가 '가장 좋은 직장'에 뽑힌 이유  
▲ 제임스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주

◆ 창업주 제임스 세네갈 "주주보다 직원 우선"


코스트코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혜택이 좋은 것은 창업주의 경영철학에 뿌리를 둔다. 코스트코 창업주 제임스 시네갈은 언제나 “주주보다 직원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집을 사거나 의료보험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충분히 버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직원들에게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 기업에 이득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경영철학은 시네갈의 인생경험과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 그는 18세에 대형할인점 ‘페드마트’에서 매트리스 운반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페드마트에서 20여년 넘게 근무하며 수석부사장까지 올랐다. 대형마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경험한 것이다.

코스트코가 직원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월가는 못마땅한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월가의 증권사들은 “코스트코의 직원 복리후생 제도가 지나치게 방만하다”며 “직원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투자자의 돈을 훔치고 있다”고 비난한다.

시네갈은 이에 굴하지 않고 3년마다 직원 임금을 올렸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던 2009년에도 시급을 1.5달러 인상했다.

반면 시네갈은 자신의 연봉은 올리지 않았다. 2011년 CEO 은퇴 당시 그의 연봉은 32만5천 달러(3억3천만 원)로 경쟁사 CEO들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그는 “코스트코처럼 비용에 민감한 조직을 경영할 때 불공평한 차이를 둬서는 안 된다”며 “CEO가 현장 직원보다 수백 배 많은 연봉을 챙기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월가는 코스트코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혜택이 과하다고 지적하지만 코스트코 직원 1명당 생산성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아 직원 채용과 훈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덕분이다. 그래서 “직원들을 잘 대하는 것은 도덕적 코드가 아니라 엄연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네갈 회장도 “종업원들이 계속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난다면 관리자들은 새 사람을 뽑는 데 시간을 허비하느라 정작 비즈니스에 신경을 못 쓴다”며 “코스트코는 직원들이 회사를 사랑하는 덕분에 관리자들이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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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시청에서 열린 코스트코 의정부점 신입사원 면접시험

◆ 한국 코스트코 직원들의 복지는?


코스트코는 지난 4월 의정부점을 열면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했다. 정규직 120명에 아르바이트 100명을 채용하는데 3322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15대 1의 경쟁률이다.

국내 코스트코 매장직원의 시급은 8720원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가 시간당 5천~6천 원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도 다른 대형마트와 차이점이다. 코스트코는 상품진열, 판매, 시설관리 등 매장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코스트코 직원의 98%가 정규사원이다.

정규사원은 4대보험 혜택을 받고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한다. 초과근무가 발생하면 엄격하게 시급이 적용돼 반영되고 근무기간이 늘어 호봉이 올라가면 월급도 오른다.

아르바이트 직원은 코스트코에서 ‘시즈널(seasonal)’ 직원이라고 부르는데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을 전후해 5~6주 동안 일을 한다. 담당자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근무태도를 평가해 추후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다.

반면 국내 다른 유통회사는 정규직 대신 주로 무기계약직을 둔다.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아 지속적 재계약이 기대되지만 임금이나 복지수준은 계약직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이 적발된 이마트는 해당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이름만 정규직일 뿐 임금이나 복리후생을 계약직 수준으로 유지해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국내 유통회사들의 처우가 이렇다보니 지난 5월 코스트코 천안점이 오픈할 때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당시 천안지역 9개 대형유통업체 종사자들 중 수십 명이 코스트코 직원 채용면접에 응시한 것이다.

천안지역 대형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 직원 중 3-4명이 코스트코 면접을 보러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뜩이나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코스트코에 직원까지 뺏기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스트코의 본사 채용의 경우 회계 마케팅 등 분야를 나누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처음에 매장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나중에 본사로 배치될 때 정해진다. 코스트코는 “현재 본사 구성원 대부분은 코스트코 매장에서 계산대 업무로 시작했다”며 “전문성의 시작은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트코 관계자는 “매장에서 일하다 본사에 자리가 났다는 공고가 나면 시험을 거쳐 본사로 간다”며 “개별차이가 있지만 매장경력 1년 이상이 권장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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