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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엔씨소프트 '매출 5조' 성장동력 찾는 창업자 김택진에게 자꾸 '승계' 질문 꺼내는 이유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6-03-17 10: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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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엔씨소프트 '매출 5조' 성장동력 찾는 창업자 김택진에게 자꾸 '승계' 질문 꺼내는 이유
▲ 엔씨소프트가 2년 간의 고강도 다이어트에 이어 그동안 주력으로 삼았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완전히 다른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만들기로 하는 등 본격적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김택진 창업자(사진)의 역할과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지속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

엔씨소프트 창립 29주년을 맞아, 박병무 공동대표가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시한 엔씨소프트 경영의 새로운 지향점이다.

박 대표는 이날 기술력을 앞세운 소수 대작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가벼운 캐주얼 게임을 매출의 새로운 큰 축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엔씨소프트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의존도가 높고, 특정 대작의 흥행 여부에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였다”며 “앞으로는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게 핵심 목표”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지금은 거의 전무한 '모바일 캐주얼 게임' 매출 비중을 올해는 20%, 5년 내로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30년 전체 매출 목표 5조 원에 견주면, 1조7500억 원을 모바일 캐주얼 게임 매출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에 이어, 이제부터는 개발부터 매출까지 '리니지' 의존도를 줄이고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충성도 높은 MMORPG에 의존하는 지금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매출 구조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고 커지고 있는 글로벌 캐주얼 게임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1997년 창립 이후 리니지로 대표되는 MMORPG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202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했고, 2025년에도 흑자 전환했으나 영업이익은 161억 원에 그쳤다.

엔씨소프트는 실적이 쪼그라들기 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6천~7천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과 함께 '3N'으로 꼽히던 넥슨의 영업이익은 2조 원대에 달했고, 크래프톤의 영업이익도 1조 원을 넘었다.

박 대표는 "리니지 IP 고객들이 나이가 든 '린저씨(리니지+아저씨의 합성어)' 위주로 편중돼 있고, 지역별 매출도 국내와 대만 의존도가 높았다"며 "지난 2년은 체질 개선 준비 기간이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는 엔씨소프트 매출에서 캐주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리니지 등 레거시 MMORPG 매출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혔던, 국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성공할 수 있을까.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장은 엔씨소프트가 그동안 집중해온 대작 MMORPG와 달리, 가볍고 빠른 개발 주기와 민첩한 운영 역량이 필수적이다. 게임 개발과 사업 운영 방식은 물론 기동력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 성장세는 높지만, 신작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레드오션'이라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용자 확보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 이익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공격적 기업 인수를 통해 부족한 모바일 캐주얼 게임 분야 노하우를 채울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신설된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앞세워, 싱가포르 모바일 캐주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베트남 리후후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3천억 원을 들여 유럽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독일 저스트플레이 지분 70%를 손에 넣었다. 슬로베니아 게임 업체 무빙아이 지분도 인수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으려고 하는 모바일 캐주얼 게임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새로운 장르"라며 "광고 기반의 한층 더 가벼운 게임이고, 이미 유럽과 미국 게임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기존 스마트폰 캐주얼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창립 이후 주력으로 삼아온 것과 완전히 다른 게임 장르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고 하면서도, 김택진 창업자가 게임 개발과 사업을 총괄하는 경영 체제를 고수하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엔씨소프트가 김 창업자의 지휘를 받는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업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게임 업체 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중국에 밀리며 정체를 빚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가 개발자의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택진 대표와 송 아무개 등이 아직도 게임 개발 키를 쥐거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김택진의 시선을 받거나 손길을 거치는 순간 모두 '리니지 라이크'(리니지 냄새가 나는)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택진 창업자는 1997년 엔씨소프트 창업 이후 줄곧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회사 경영은 물론 게임 개발까지 직접 다 챙겼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 같은 세대로 분류되는 다른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모두 중간에 대표이사 자리를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고 지주회사 대표나 이사회 의장 등으로 물러난 것과 대조적이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엔씨소프트 '매출 5조' 성장동력 찾는 창업자 김택진에게 자꾸 '승계' 질문 꺼내는 이유
▲ 엔씨소프트 김택진 창업자 겸 공동대표(왼쪽)와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창립 27년째 되는 2024년 김 대표는 박병무 당시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를 공동대표로 전격 영입해 회사 경영과 사업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엔씨소프트>
하지만 2023년 엔씨소프트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자, 그해 말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박병무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를 공동대표로 전격 영입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창립 이후 첫 공동대표 체제 전환을 알리며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핵심인 글로벌 게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게임 개발과 사업에 주력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사업협력 강화를 주도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 역할에 대해서는 "기업 경영 전문가로, 엔씨소프트의 지속 성장을 위한 내부 역량 결집에 집중한다. 경영의 내실화와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며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취임 뒤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박 대표는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 돌입 전 중책을 맡고 있던 창업자 가족부터 내보냈다. 당시 창업자 배우자 윤송이는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사장), 엔씨소프트 미국 현지법인 엔씨웨스트 최고경영자(CEO), 엔씨문화재단 이사장을, 창업자 동생 김택헌은 엔씨소프트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수석부사장) 직책을 맡고 있었다.

희망퇴직 등을 통해 5천 명대였던 인력을 4천 명대로 줄였다. 주요 개발 조직을 4개 독립법인으로 분사했고, 마케팅 전략도 디지털과 성과 중심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개발 조직의 기동성을 높였다. 2024~2025년 사이 마케팅 비용이 18% 절감됐다. 서울 엔씨타워 매각으로 유동성도 높였다. 

실적이 반등했다. 2024년 영업이익 적자에서 2025년에는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69% 증가한 3474억원을 기록했다.

재무구조가 좋아졌다. 유동자산이 2조2666억 원으로 27% 증가했다. 인수합병에 쓸 수 있는 실탄이 그만큼 쌓인 셈이다.

투자 분석가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제 엔씨소프트는 '강도높은 다이어트'를 끝내고 '본격적 근육 키우기'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초 창업자 가족들을 내보낼 당시, 엔씨소프트는 그 이유와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당연히 업계에서 여러가지 '설'이 돌았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위해 창업자 가족들을 피신시켰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작업' 등의 분석이 나왔다. 엔씨소프트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조직 개편, 인력 구조조정 등을 강도 높게 진행하며, 물밑으로 경영권 승계 준비 작업을 병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가 돌고, 이와 관련해 창업자 아들이 지목되기도 했다. '창업자가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아들에게 승계하기로 한 것 같다', '두 아들이 이미 회사에 들어와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등의 말이 돌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사실이 아니다.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라 박 공동대표에게 맡긴 것 아니냐는 뒷말도 있었다.

사실 두 공동대표는 오랜 인연을 이어온 사이다. 김 공동대표가 박 공동대표를 믿고 의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김 대표가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경영권 다툼을 벌일 때는, 박 대표 주선으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과 만나 '피를 나누는'(지분 맞교환) 방식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에선 방 의장이 '백 기사'로 나서는 것으로 풀이했고, 실제로 김 대표는 넷마블과 지분 맞교환을 한 덕에 김 넥슨 창업자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다만 넷마블 측은 '백 기사로 나선 게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가 탐나 딜 방식으로 손잡은 것'이라고 다르게 설명한다. 실제 넷마블은 이후 리니지 IP 기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해 재미를 봤다. 지금은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형국으로, 두 업체 간 레거시 게임 IP 활용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엔씨소프트를 떠난 창업자 가족들은 이후 각자 갈 길을 가고 있다.

윤 전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는 미국에서 벤처캐피털 일에 집중하고 있다. 프린시펄 벤처파트너스 매니징 파트너,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 전공 겸임교수, 휴렛패커드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 언론과 대학 등이 주관하는 AI 관련 포럼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패널로 참여하기도 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윤 전 최고전략책임자의 벤처캐피털 사업과 관련해 "김 공동대표나 엔씨소프트 쪽의 투자나 관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부사장 역시 엔씨소프트에 발길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2024년 초 회사를 떠난 이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지난 2년 가까이 창업자 가족들이 보여준 모습으로 볼 때, 엔씨소프트나 김택진 창업자의 공식 발표와 상관없이, 엔씨소프트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김 창업자의 생각은 확고해졌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혹자는 기자에게 '엔씨소프트 경영권 승계 문제에 왜 그리 관심이 많냐?'고 되묻는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도 승계 관련 질문에 "지금은 매출 5조 원 목표를 이루기 위한 새 성장동력 마련에 집중해야 할 때지, 경영권 승계에 관심을 둘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혹자의 질문에 굳이 답을 하자면, 벤처기업 창업과 성공으로 남다른 길을 개척한 만큼, 이제부터는 회사 경영 승계 방식, 이선 퇴진, 재산 상속 등에서도 '1세대 벤처 창업자'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성공 사례를 보여준만큼, 퇴진과 승계 과정에서도 모범 사례를 남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마찬가지 이유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에게도 이런 바람과 기대를 갖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벤처기업을 창업해 키워오며 '기존 굴뚝 기업과 같은 취급을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대기업집단과 동일인 지정 등에서도 재벌과 다른 잣대를 적용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일부는 경영권 승계와 개인 재산 상속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 창업자들은 대부분 1960년대 중반 출생으로 환갑을 갓 넘었거나 앞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이미 고인이 됐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경영권 승계 밑그림을 내보이거나, 어떻게 하겠다고 선언하지 않고 있다. 재산 상속과 관련해서는 한 때 재산 사회 환원 내지 기부 약속 바람이 일었으나 지금은 모두 조용하다.

창업자가 고인이 된 넥슨의 경우, 경영권 승계와 재산 상속 모두 기존 재벌과 똑같은 모양으로 이뤄졌다. 물론 '법대로' 한 것이니 달리 할 말은 없지만, 고인이 생전에 이런 승계와 상속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지, 준비를 못 해놨던 것은 아닌지 등 의문이 든다.

'벤처'와 '혁신'을 외쳐온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이용자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고 발생 뒤, 미국 시민권 뒤에 숨으며 안면을 바꿔 이용자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직접 사과하라는 요구를 외면하고, 미국 정치권 로비로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 쿠팡을 괴롭히지 말라'고 우리나라 정부를 압박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발자 세대교체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김 대표의 거취에 주목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으려면, 개발자부터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자꾸 궁금해진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는 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두 공동대표가 함께 마이크를 잡았으면, 김 대표가 새로운 성장 축을 위한 개발자 세대교체 가능성이라도 언급했다면, 엔씨소프트가 이날 기자간담회서 내세운 지속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에 더 힘이 더 실리지 않았을까.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번 기자간담회는 AI와 데이터 분석 기반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아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해 2030년까지 매출을 5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자리였고, 두 공동대표의 역할 분담 구도로 볼 때 박 공동대표가 나서는 게 맞다고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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