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임원인사에서 계열사 사장의 세대교체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이끌었던 대표 CEO들이 그룹장으로 선임되면서 새 대표이사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21일부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한다. 주요 대상자에게는 이미 인사가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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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안은 롯데그룹이 이번에 새롭게 만드는 4개 BU(Business Unit)를 이끌 그룹장에 누가 오르냐 하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이번에 90여 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사업 연관성이 높은 그룹으로 묶어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의 BU체제로 개편한다.
각 사업군의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호텔롯데 대표가 4개 BU의 그룹장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이다.
이들은 앞으로 각 계열사 대표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이를 신동빈 회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각 그룹장들이 신동빈 회장, 황각규 사장과 함께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게 된다”며 “각 BU에 속한 계열사가 최대 수십 개에 이르는 만큼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그룹장을 겸직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명이 일제히 대표이자 자리에서 물러나면 주력계열사에서 대거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지게 된다.
롯데쇼핑 대표에는 이원준 사장 대신에 강희태 부사장(중국사업부문장)이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사장은 198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신사의류부, 가정용품부, 여성의류부, 상품본부 MD전략팀 등을 두루 거쳤다. 잠실점 점장과 본점 점장을 맡는 등 현장경험도 많다. 2014년 2월 중국사업부문장을 맡아 중국 베이징으로 간 지 3년 만에 승진과 함께 돌아왔다.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의 자리는 김정환 롯데호텔 개발부문장(부사장)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김 부사장은 1957년생으로 호텔신라 출신이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 롯데그룹의 주력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모두 부사장급에서 나오면서 확실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김교현 부사장과 이자형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다.
김 부사장은 1957년 생으로 롯데케미칼이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컬 대표를 맡고 있는데 생산통으로 꼽힌다.
이 부사장은 1957년생으로 1983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현재 그는 롯데첨단소재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여수공장과 대산공장, 울산공장 등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 꼽힌다.
일각에서 롯데케미칼의 경우 허 사장이 이끈 뒤로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올해 인수합병과 내년 공장준공 등 중요한 과제가 쌓여 있어 그룹장과 대표이사를 겸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밖에 다른 계열사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의 빈자리는 박현철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전무)이 채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에서도 하석주 롯데건설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하마평에 올라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