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부산과 광주를 노리고 있다. 각각 여야의 표밭이었으나 민심 이반이 나타나는 점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YS의 부산’과 ‘DJ의 광주’를 잡을 경우 안 의원은 날개를 다는 격이 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이 17일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안 의원은 17일 새정치연합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새로운 정치실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새 틀을 만드는 정치를 하며 삶의 정치, 국민을 묶어내는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강조하는 새로운 정치의 한 복판에 부산과 광주가 있다. 안 의원은 14일 부산에서 주요 언론 보도․편집국장과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부산시장과 광주시장 선거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둘 다 이길수만 있다면 정치지형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이 부산과 광주를 든 것은 정치적 위상도 중요한데다 이들 지역에 아직 확실히 장악한 정치세력이 없어 향후 정국 흐름에 따라 새정치연합이 충분히 승리할 수도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 부산, 야성 회복되나
부산은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텃밭이었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나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할 정도로 야성이 강했다. 하지만 1990년 3당 합당 이후 여권 지지 지역으로 변했다. 지금도 새누리당의 허남식 시장이 3선을 내리 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민심이 예전처럼 여권 일변도는 아니다. 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커진 PK홀대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동남권 신공항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부산과 경남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이 여당에서 멀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일정 지지를 얻고,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 부산 사하을에서 3선을 한 것도 이런 움직임 덕분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40% 가까이 득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이런 점을 알기에 PK홀대론을 누그러뜨리려 애쓰고 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해양수산부 부산 유치는 물건너 갔지만 경질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으로 PK출신 이주영 의원을 내정한 것도 PK민심 달래기의 일환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시장 자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허 시장은 연임제한으로 더 이상 출마할 수 없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유력한 가운데 새누리당 후보로는 서병수 의원, 권철현 전 주일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엇갈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안 의원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안 의원에게 부산은 놓칠 수 없는 지역이다. 부산은 안 의원의 고향이다. 초중고를 모두 부산에서 나왔다. 안 의원이 부산을 특별히 생각한다는 것은 새정치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지금까지 네 번이나 부산을 방문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은 일단 김성식 전 의원의 출마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오 전 장관 역시 영입대상이다. 오 전 장관은 아직 입당을 부인하고 무소속 출마의 뜻을 보니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의 인기가 계속 높아진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안 의원이 오 전 장관을 영입하면 부산에서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 의원은 PK 홀대론을 파고 들어 인물로 부산을 정치적 안마당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 광주, DJ 이후 무주공산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이자 야당의 심장이다. 광주에서 승리는 다른 지역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욱 값지다. DJ 사후 광주는 더 이상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광주를 대표할 정치인이 없는 무주공산이다.
특히 광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후보가 영남 출신인데도 변함없이 지지했다. 정권교체의 가능성만 있다면 출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강운태 시장은 56%라는 비교적 낮은 득표율을 얻었고, 한나라당의 정용화 후보는 14%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2010년 10월27일 광주 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김선옥 후보가 20% 초반의 낮은 득표율로 3위에 그치고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더 이상 민주당이 광주에서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 의원은 창당 초기부터 호남민심 잡기에 크게 공을 들였다. 민주당에 대한 마음이 떠나고 있는 광주의 마음에 파고들겠다는 의도였다.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공도 거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호남에서 안철수 지지율은 44%로 민주당(13%)의 3배가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혼전 중이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다시 민주당으로 마음이 돌아서고 있다. 9일 한국갤럽의 발표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이 ‘안철수신당’의 이름으로 조사에 포함된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34%)이 새정치연합(27%)을 앞질렀다.
그렇지만 안 의원은 확실한 인물을 내세우고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민주당에서는 강운태 현 시장에 이용섭 의원이 도전하고 있는데, 누가 확실한 우위라고 말하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의 광주 시장 후보로는 윤장현 공동위원장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이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에 밀리지 않고 있어 박빙 선거가 예상된다.
안 의원은 “민주당과 연대할 생각은 없고, 독자후보로 갈 것”이라며 여러 차례 말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전략에 대해서도 "당선 가능성은 낮아도 메시지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과 함께 가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하면 좋지만, 정권교체 등 확실한 메시지만 각인시켜도 대선 가도에서 절반 이상의 승리라고 보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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