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0월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두고 연방대법원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중국의 무역 협상력이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관세율 인하에 따른 상대적 수혜를 활용하고 협상 결과에 따라 대미 투자길까지 열릴 가능성이 떠올라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업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중국 푸단대학교 미국학센터의 우신보 소장은 “미국 대법원 판결이 중국을 더 유리한 협상 위치에 올려놨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월31일부터 4월2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 계획을 세웠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지난해 추진했던 통상협정을 재개해 관세와 수출통제 등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압박 카드로 썼던 관세가 위법이라는 최종심 판결이 나와 중국이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앞서 미국 대법원은 지난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가 모두 위법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했던 20% 관세(상호관세 10%, 펜타닐 관세 10%)는 무효화됐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한때 최대 125%의 추가 관세로 압박 수위를 높였던 조치도 모두 IEEPA에 근거했던 만큼 앞으로는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무역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중국과 대미 수출품이 겹치는 한국 기업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관세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는데 관세가 법적 근거를 상실해 향후 반등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제122조에 근거해 새로 일괄적으로 전 국가에 도입한 15% 관세로 중국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 앞에서 세 번째)이 1월29일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왼쪽 앞에서 세 번째)과 관세를 비롯한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이 기존보다 7.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되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반면 한국 관세율은 소폭 상승한다고 추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체제가 한국을 포함해 관세협상을 마쳤던 동맹국에 타격을 입혀 중국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의 미국 스마트폰 수입 시장 내 점유율은 2018년 65%에서 지난해 21%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로 반사 이익을 보면 중국 스마트폰의 대미 수출이 다시 늘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에 경쟁이 심화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도입한 관세는 중국이나 브라질 등 제 3세계 국가에 가장 큰 혜택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가 통상협정에서 자동차를 비롯한 업종에서 중국의 대미 투자길을 열어주고 미국 내 공장을 허용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안보를 앞세워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제한했는데 관세로 협상력이 약해지면 양보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완성차 기업 포드는 가격 경쟁력 높은 중국 자동차 업체와 합작투자 방식으로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상이 두 나라 정상 사이 통상협정에서 현실화하면 현대자동차의 미국 사업에 경쟁 부담이 커지게 된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산 대두 수입 제한 등 통상협정에 쓸 카드가 많아 트럼프 정부로서는 정치권의 반대에도 중국의 미국 자동차 투자 방안을 강행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월13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경제 클럽 행사에서 중국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방식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미국 자동차 투자 확대를 허용하는 합의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미국 대법원 판결이 중국의 협상력만 높여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인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 수출에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블룸버그는 “이번 정책 변화로 중국처럼 관세 인하 혜택을 받는 국가의 대미 수출은 향후 몇 달 동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