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백화점총괄 사장이 제조 쪽으로 적극 발을 넓히고 있다.
백화점 출점확대를 통한 성장에 한계에 봉착하면서 유통망을 토대로 수익을 확대하면서 신사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 총괄사장은 단순한 유통에서 벗어나 직접 만든 브랜드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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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캐시미어 의류브랜드인 ‘델라라나’ 제작을 시작으로 자체 주얼리브랜드 ‘아디르’를 2월 내놨다. 아디르의 경우 원석구매부터 디자인, 판매까지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맡는다.
최근 신세계 자회사를 통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체 화장품브랜드를 확대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다.
상용캐릭터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신세계백회점은 올해부터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를 활용해 인형이나 가방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업계가 장기불황과 점포포화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정 총괄사장이 제조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은 기본적으로 ‘공간임대’를 통해 수익을 낸다. 입점한 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는 등의 방식이 핵심인 만큼 점포확대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상권에 백화점이 들어선 데다 경기침체와 인구절벽 등으로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출점을 통한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
정 총괄사장은 2012년에도 여성복브랜드 ‘톰보이’를 인수해 의류 제작에 발을 들이는 등 일찍부터 유통사업 벗어나기에 관심을 보여왔다.
제품을 직접 제작하면 생산부터 판매까지 유통과정이 일원화되는 만큼 마진이 높다. 유통망을 무기로 제품 판매전략에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통업체로서 쌓은 데이터를 제품기획에 활용하는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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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백화점이 내놓은 자체 주얼리브랜드 '아디르'.<신세계> |
정 총괄사장의 이런 움직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피코크와 노브랜드 등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정 총괄사장은 대형마트의 자체제작브랜드(PB)를 백화점에 걸맞게 '고가 버전'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피코크와 노브랜드 등 이마트 자체브랜드는 지난해 이마트 매출비중 20%를 차지하면서 실적에 톡톡히 기여했다. 자체브랜드가 급성장하고 질이 낮다는 인식도 바뀌면서 백화점의 진출도 한결 수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캐시미어브랜드인 델라라나는 지난해 9월 론칭 이후 월매출 1억 5천만 원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현재 목표매출의 160%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괄사장이 제조 쪽으로 발을 넓히는 데는 신세계와 이마트로 나뉜 남매의 경영경쟁구도도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매의 분리경영이 후계 시험대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만큼 정 총괄사정이 경영능력 증명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