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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6'에 AI만 보이고 6G 없다고?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6-02-20 10: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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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6'에 AI만 보이고 6G 없다고?
▲ 2020년 처음 나온 6G 이동통신 개념도. 당시 5G 상용화 1년도 채 안 돼 6G 기술 표준 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6'에서조차 6G 이동통신 기술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6G에 대한 관심이 크게 수그러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6'이 오는 3월2~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에서 열린다.

세계 205개 나라에서 2900여 기업이 참여해 새 기술과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10만 명 이상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이동통신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번 MWC에서도 '인공지능(AI)'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능형 인프라, 연결형 AI, 기업용 AI, AI 넥서스, 모두를 위한 기술, 게임 체인저 등이 대거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능형 인프라는 AI 기반 자동화와 클라우드 기술이 결합한 형태다.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전략 자산으로 꼽고 있다.

연결형 AI는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이 결합한 형태다. 통신망 설계와 운용 전 과정에 AI와 머신러닝을 적용해 트래픽 관리, 망 슬라이싱, 장애 예측, 보안 대응을 자동화한다.

AI 넥서스는 초개인화 서비스와 AI 윤리·규범을 담아낸다.

게임 체인저를 통해서는 우주 기반 통신망,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거래, 자율 시스템, 차세대 인터페이스, 신소재 등 향후 10년에 걸쳐 산업 지형을 바꿀 기술들이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

참가 기업들이 협력사와 관람객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의 기술을 시연하고, 생태계 육성 전략 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통신 장비·서비스 업체들과 함께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AI 기반 B2B 솔루션, 통신서비스 인프라 기술, 보안·클라우드 플랫폼, 스마트 시티 관련 서비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MWC 2026 부대 행사로 열리는 '4YFN(4 Years From Now)'에도 대거 참여한다. LG유플러스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인공지능 스타트업 10곳을 꼽아, 항공권과 숙박비 등 관련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4YFN은 4년 뒤 MWC 본 행사에 전시관을 차릴 수 있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1천여 곳을 발굴해 지원하는 행사다.

그런데 이번 MWC의 특이한 점은 6G 이동통신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데, 5G 다음 세대 6G 이동통신 기술과 서비스 얘기가 없다.

지난해 'MWC 2025' 종료 때 다음 해 MWC에선 6G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어떤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이 탄생해 인류의 삶을 바꿀 것인지, 세계 각 나라 통신 장비와 서비스 업체들과 스타트업은 6G를 통해 어떤 사업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지 등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올해 MWC에서 6G가 안 보인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6G 기술 개발 경쟁과 표준화 각축전 전망도 사라졌다.

막상 MWC가 개막하면, 참가 기업 가운데 어느 곳들인가 6G 기술과 응용서비스를 깜짝 선보여 화제가 될 수도 있다.

해마다 연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 MWC는 이동통신 전시회로 출발했다. CES는 'Customer Electronic Show', MWC는 'Mobile World Congress'의 약자다.

기술 발전과 기기 간 융합 흐름으로 자동차와 로봇 등도 가전 제품이자 이동통신 단말기로 분류되며, CES와 MWC의 주인공도 바뀌고 있다. CES에선 자동차와 로봇 등이 텔레비전·세탁기·냉장고 등 전통 소비자 가전을 밀어내며 전시회 중앙 자리를 차지한 지 이미 오래고, MWC에선 휴대전화 등 전통 모바일 기기들이 밀려나고 있다.

AI 전환 흐름을 타고 이런 흐름은 가속화하고 있다.

결국 몇 년 전부터는 전시회 이름을 풀어 쓰지 않고 그냥 'CES'와 'MWC'라고 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 기술과 서비스 발전사를 보면, 이번 MWC의 주인공은 의심없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서비스여야 한다.

1세대(아날로그 이동전화)는 1988년, 2세대(CDMA)는 1996년, 3세대(WCDMA)는 2003년, 4세대(LTE)는 2011년, 5세대(5G)는 2019년에 각각 상용화됐다.

대략 10년 안팎 간격으로 새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된 셈이다. 이에 따르면 6세대(6G) 이동통신은 2030년을 전후해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려면 지금쯤은 6G 기술이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업체간 기술 선점과 표준화 각축전이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 없다. 감쪽같이 사라진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MWC에 대한 이동통신 업계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

해마다 MWC가 열리면, 세계 이동통신 장비와 서비스 업체 종사자들이 전시회 참가자이자 관람자 자격으로 바르셀로나로 몰려들었다. 한결같이 내 것을 내보이는 동시, 다른 기업들은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엿보는 자리로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전시회로 꼽혔다.

우리나라에서도 통신 장비·서비스 업계가 통째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당국자들과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물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달려갔다.

언론사도 취재진을 대거 파견했다. 삼성전자 등 통신장비 업체들은 물론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많을 때는 100명 가까운 규모의 기자단이 꾸려지기도 했다. 일부 경제지와 전문지 등은 따로 특별취재단을 꾸려 보내고, 현지에서 직접 기사를 출고하고 특집 지면을 꾸미기도 했다.

바르셀로나가 MWC 개최지를 프랑스 파리 등 다른 도시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에는 LG유플러스가 20명 규모의 기자단을 꾸린 게 전부다.

이유가 뭘까.

그동안 이동통신 장비와 서비스는 짝수 세대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2세대(디지털 이동전화)와 4세대(LTE)가 기술 발전과 생태계 확장을 이끌었다. 1세대(아날로그 이동전화)는 이동전화 시대를 여는 구실을 하는데 그쳤다. 3세대(WCDMA)와 5세대(5G)는 '없어도', '건너뛰어도'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새 이동통신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상용화 호들갑을 떨었고, 그 결과로 모든 세대 이동통신망이 전국망으로 깔렸다.

정부가 '세계 최초 상용화' 욕심을 부릴 때가 많았다. 이런 욕심이 'CDMA 방식' 이동전화 세계 최초 상용화, 5G 세계 최초 상용화 같은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덕분에 이동통신 기술력 향상, 이동통신 장비 국산화, 이동통신 서비스 대중화 등의 속도가 빨랐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끌려갈' 때도 많았다. 투자 회수도 못했는데 새 세대 이동통신망을 또 깔라고 한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전화위복 기회가 될 때가 많았다.

정부가 새 세대 이동통신망 투자를 밀어부칠 때마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동통신은 장치 산업이라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다"며 가입자당 매출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게 설계된 새 요금제를 내밀었다.

이 논리대로라면, 감가상각으로 회계상 원가가 내려가면 그에 맞춰 요금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차세대 투자 재원 마련" 또는 "이동통신 요금은 원가 기반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을 바꾸며 요금 인하 요구를 일축했다.

그 결과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고, 이후 LTE와 5G가 등장할 때마다 새 요금제로 가계통신비 부담이 급증했다. 덩달아 이동통신사 영업이익도 급증했다.

5G의 경우, 요금은 LTE보다 2배 이상(월 정액요금 기준) 높아졌으나 통신망 투자는 '시늉'에 그치며, 이동통신 3사의 합계 영업이익이 5조원 돌파가 예상될 정도로 높아졌다.

반면 가입자들은 비싼 5G 요금을 지불하면서, 통신망은 여전히 LTE를 이용할 때가 많은 '웃지못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LTE 투자 회수도 못했는데, 5G 전국망 투자를 또 하라는 게 말이 되냐"는 논리로 정부의 5G 통신망 확대 주문에 맞서고 있다. "이동통신 투자는 격 세대로 하는 게 맞다"며 "LTE 다음은 6G"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LTE를 40년 이상 쓰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2세대 이동통신을 20년 이상 활용했으니 LTE는 더 쓸 수 있다는 것이다. "5G 투자는 끝났다"고 공언하기도 한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LTE 어드밴스드'와 '5G 추가 크림스키밍' 등을 통해 지금 이동통신망을 앞으로 30년 이상 더 활용할 수 있다"며 "지금 사업자들은 물론 정부도 6G를 일찍 띄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도 이동통신사들의 이같은 주장에 굳이 토를 달지 않고 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6'에 AI만 보이고 6G 없다고?
▲ 이재명 정부 들어 6G 얘기가 사라진 가운데, 이동통신 3사들이 "LTE를 40년 이상 쓸 수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과기정통부와 삼성전자 합작품 성격이 짙다. 과기정통부는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쥐었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은 물론 통신 장비 시장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봤다.

'삼성전자 특혜' 논란이 일었던 배경이다.

운이 좋았다. 2019년 5G 상용화 당시, 삼성전자가 장비 기술력과 가성비 측면에서 중국 화웨이에 밀렸다는 뒷말이 많았다. LG유플러스는 물론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화웨이 장비 구매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때마침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미국이 보안 이유 등을 들며 화웨이 5G 장비를 쓰지 말라고 한 게 삼성전자를 도왔다. LG유플러스가 일부 지역에 화웨이 장비를 깐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화웨이 장비 도입을 포기했다. 그 혜택은 모두 삼성전자에 돌아갔다.

미-중 갈등이 정부 체면도 살렸다. 만약 이동통신사들이 기술력과 가성비를 따져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대거 사용했다면, 정부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로 '죽 쒀서 남 좋은 일 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그럼 6G에선?

과기정통부는 6G를 두고 '세계 최초' 같은 타이틀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졌다.

이재명 정부 들어 과기정통부는 'AI 3대 강국'이란 목표를 주도하는 부처가 됐다. 덕분에 부총리 부처로 승격됐다.

5G 때 그랬던 것처럼, 중국의 6G 장비 기술력과 가성비가 국내 관련 기업들을 앞설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6G를 서둘러 띄우자고 정부에 요구할 명분이 없고, 과기정통부도 6G 조기 부양에 나설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정부는 삼성전자의 통신 장비 사업 의욕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부 당국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5G 시절 기술 개발 상황이나 생태계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업계에 자료와 설명을 요구하면, 화웨이는 임원급이 사내와 외부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설명하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부장이나 차장급 한두명이 오고 귀찮다는 표정을 드러낼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5G 상용화 당시 월 정액요금을 2배 가까이 높인 새 요금제를 내놔 가입자당 매출을 끌어올렸다. 지금도 기존 가입자를 5G로 전환 가입시키는 것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려가고 있다.

6G에서도 이 '작전'이 통할까.

이동통신사들은 어렵다고 본다.

우선 가입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이 너무 높아졌다. 새 서비스란 이름 아래 새 요금제를 내놓는 방식으로 가입자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게 됐다.

게다가 빠른 고령화와 출생인구 감소로 새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이런 이유로 6G를 띄워 요금을 올리기보다, 이미 오래 전에 투자가 끝난 LTE 수명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감가상각 기간은 7년 안팎으로, 회계 상으로는 LTE 원가는 이미 0원이고, 5G 원가도 곧 제로 상태가 된다. 물론 통신망 유지보수 원가는 발생한다.

되짚어보면, 6G 얘기가 사라진 건 MWC에서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선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즈음부터 이미 사라졌다. 과기정통부가 'AI 3대 강국' 주무 부처로 정해지고, '국가대표 AI 사업자' 선발전이 벌어지면서 정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6G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줄줄이 나오던 6G 기술과 표준화 관련 소식도 사라졌다.

6G가 사라진 배경에는 지난해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이동통신 3사에서 줄줄이 터진 통신망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있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지금은 AI와 보안을 애기해야지, 6G를 말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MWC 화두로 AI를 꼽아 기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 등을 여는 배경도, MWC를 국가대표 AI 사업자 선발전 라운드로 활용하려는 속내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동통신 3사 쪽에서는 나쁘지 않다. 덕분에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도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와 설비투자 확대 요구를 받지 않게 됐고, LTE를 40년 쓰자는 말을 공공연히 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이동통신 사업은 '황금색 알을 낳는 거위'에서 '진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하고 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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