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럽연합이 향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품목을 확대한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SK하이닉스 공장 건설 현장. < SK하이닉스 >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에서 도입한 '탄소 관세'가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미국 에너지경제 및 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유럽연합이 향후 액화천연가스(LNG)와 반도체까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확대한다면 한국 기업들이 수천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란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양에 비례해 유럽연합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하게 하는 제도다.
1월1일부터 시행돼 현재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수소 전기, 비료 등 6개 품목에만 적용되고 있으나 유럽연합은 향후 품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IEEFA는 반도체와 LNG까지 품목에 포함된다면 한국 기업들이 유럽연합에 내야 할 배출권 비용은 2026~2034년에 걸쳐 5억8800만 달러(약 87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수출 기업이 자국 내에서 지불한 배출권 비용만큼 가격을 낮춰주는 조정 제도를 반영했음에도 나온 금액이다.
한국 배출권 가격은 유럽연합 배출권 가격과 비교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배출권 가격은 2월 기준 1톤당 80유로(약 13만 원)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배출권 가격은 약 1만 원으로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향후 몇 년 동안 유럽연합이 CBAM으로 요구하는 배출권 구매 비중이 단계적으로 높아진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갈수록 커지게 된다.
IEEFA에 따르면 2034년 한 해 기준 유럽연합 배출권 구매 비용은 약 1억6200만 달러(약 2330억 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한국 기업의 유럽 반도체 수출 이익의 약 9.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 반도체 생산을 위한 전력을 상당부분 화력발전을 통해 얻고 있는데다 향후 몇 년 뒤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IEEFA는 설명했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주 전력원을 LNG발전소로 계획하고 있다.
관세가 높아지면서 한국 반도체 제품 가격도 상승하면 유럽 고객사들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들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서는 관세로 수익성도 낮아지고 고객사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불가피한 셈이다.
김채원 IEEFA 에너지 재무 전문가는 "한국은 반도체 부문과 신흥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공급망의 탄소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