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은 정말로 회생할 수 없었던 것일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7일 한진해운에 파산을 선고하면서 세계 7위이자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을 살릴 길이 정말 없었느냐 하는 의문이 다시 제기된다.
|
|
|
▲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
한진해운이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중단 결정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펜하겐 컨설팅회사 시인텔리전스컨설팅의 라스 옌슨 최고경영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자금줄이 막히면 해운사는 연료를 살 수 없고 그러면 즉각 선박운항에 차질이 빚어진다”며 “고객들을 경쟁 해운사에 뺏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지원중단 결정이 난 바로 다음날인 지난해 8월31일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진해운이 회생하려면 새로운 투자자를 찾거나 정부를 설득해 지원을 받아야 했다고 BBC는 지적했다.
옌슨 최고경영자는 “(지원중단) 발표 이후 1~2일 정도 한진해운이 살아날 기회가 있었다”며 “그러나 발표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고 한진해운의 회복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보유 중인 선박을 반납하거나 매각해 모두 처리했고 해외법인, 영업망, 터미널 등 주요 자산을 잇따라 팔았다. 명목상 회생절차였지만 사실상 청산수순을 밟았던 셈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막대한 데다 해운업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한진해운 지원을 중단한 것이라고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항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채권단이 지난해 8월 실사를 진행한 결과 한진해운의 기업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2019년까지 4조~4조6천억 원이었다. 한진해운이 최종적으로 지원의사를 밝힌 금액의 규모는 5천억 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정부가 최소 3조5천억 원을 지원해야한다.
한진해운 경영권이 무능력한 오너에게 넘어간 점도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경영경험이 전무했는데 한진해운 수장을 맡으면 한진해운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필리핀 매체인 인콰이어러넷은 지적했다. 한진해운 파산이 한국 오너경영의 위험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인콰이어러넷은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의 말을 인용해 “최 전 회장은 해운업이 불황에 빠질 조짐이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라며 “최 전 회장이 오너인 탓에 다른 임원들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하자 2007년부터 7년 동안 한진해운 경영을 맡았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글로벌 해운업이 불황에 빠졌고 해운운임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은 2008년 직전에 해운업 호황기가 지속될 것으로 점쳤고 장기 용선료 계약을 다수 체결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의 경영상태가 악화하자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넘겼다.
최 전 회장은 지난해 9월17일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 부실경영을 놓고 질타가 쏟아지자 “가정주부로 있다가 나와서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