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에 초비상이 걸리며 인사와 조직개편, 대규모 인수합병과 외부협력 등 주요 경영활동이 모두 혼돈 속으로 빠졌다.
삼성그룹은 17일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며 대응전략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리더십 공백을 대체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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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당장 발등에 불이 놓인 그룹 차원의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모두 불투명해졌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인사와 조직개편을 모두 미루며 특검수사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모든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시기와 규모가 모두 미궁 속에 빠진 셈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지며 아직 구체적 지침이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구체적 사안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더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실시되더라도 소규모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구속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경영체제가 확립되기 전까지 제자리걸음에 그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공채도 시급한 문제다. 삼성그룹은 일반적으로 3월 중순 진행하던 공채일정을 당장은 조직정비를 위해 미룰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전처럼 그룹 차원의 대규모 공채가 아닌 계열사별로 채용과정을 진행하는 대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삼성그룹이 채용규모를 이전보다 확대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역할을 대체할 삼성그룹 차원의 의사결정권자도 필요한 상황이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에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대안으로 거명되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만큼 최 부회장 등 다른 수뇌부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은 작지만 삼성그룹이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외교관’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재계 주요인사들과 활발한 협력논의를 해왔던 만큼 이런 역할을 다른 인물이 물려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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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의 삼성 서초사옥. <뉴시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해외기업과 협력하거나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벌이는 등 활로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부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대표해 나설 만한 인물이 아직 분명하지 않아 이런 논의는 물론이고 적극적 인수합병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재판을 준비하는 동시에 미뤄뒀던 여러 경영현안 처리도 시급해 미래전략실 해체와 지배구조개편 등 주요 쇄신안을 실행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기여할 수 있는 삼성그룹의 지주사전환 등 지배구조개편을 놓고 여론이 점점 악화하고 있는 만큼 주주와 사회적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구속을 예상하지 못해 이런 상황에 대응할 계획도 아직 갖춰놓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분간 긴박한 분위기에서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