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2-04 15: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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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장서 현대디에프 대표이사가 면세 업계 공룡들 사이에서 ‘실리 경영’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전보다 대폭 낮아진 임차료로 인천국제공항 DF2(향수·화장품·주류·담배) 권역의 운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데 2023년 저가 입찰로 사업권을 따내 '무혈 입성' 소리를 들었던 성공 사례를 재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박장서 현대디에프 대표이사(사진)이 공항과 시내 면세점의 시너지 효과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공항 면세점 운영을 통해 시내 면세점의 상품 매입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며 온전한 흑자 구조의 초석을 놓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면세점이 공항 면세점 경쟁 구도 속에서 수익성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1월 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사업자 선정 입찰 결과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현대면세점의 가격 전략이다.
현대면세점이 DF2 권역에 제시한 객당 임대료는 5394원으로 기존 사업자였던 신세계면세점보다 40%가량 낮다. DF1 사업자로 유력한 롯데면세점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현대면세점이 주요 경쟁기업들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이의 갈등 속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산정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해 10월 각각 DF1과 DF2 사업권을 3년 만에 반납했다. 소위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 상위 사업자들이 물러난 사이 현대면세점이 비교적 합리적인 조건으로 운영권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현대면세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운영권을 확보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재입찰 당시에도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여러 구역에 입찰하며 현대면세점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항공사가 특정 사업자의 구역 독식을 제한하면서 판세가 달라졌다.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매출 규모가 큰 주류·담배와 화장품 권역에 집중한 반면 현대면세점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DF5(부티크)에 주력했다. 상위 기업들이 주요 권역을 확보한 탓에 다른 권역 추가 낙찰을 제한받자 차순위였던 현대면세점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에도 주요 기업들은 DF5 권역 입찰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저 수용액보다 많게는 60% 높은 금액을 써낸 반면 현대면세점은 단 5% 높은 가격을 써냈음에도 사업권을 따냈다. DF5 권역을 사실상 운 좋게 낙찰받았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현대면세점은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을 싸게 낙찰받은 덕분에 공항 면세점에서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박장서 대표가 이번 입찰을 통해 현대면세점의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시내 면세점 규모를 축소하며 비용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이번 공항 면세점 재진입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매출 공백을 메울 핵심 카드로 꼽힌다. 실제 2024년 기준 DF2 권역 매출은 4039억 원으로 시내점 축소로 줄어든 매출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이전보다 낮아진 임대료 체계는 수익성 반등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사업자는 과거보다 경쟁 강도와 객당 임대료가 낮아지면서 사업 시작 이후 빠르게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난해 9월 인천지방법원의 임대료 강제 조정안이 공항 면세점 손익분기점 달성의 기준점이 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시장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2025년 인천공항 국제선 출국객 수는 약 3300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국내 면세점 총매출은 2019년의 절반 수준인 12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여행 소비가 쇼핑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한 데다 다이궁(보따리상) 의존형 영업이 한계에 부딪힌 영향으로 분석된다. 방문객 증가가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이른바 ‘면세업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다.
▲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전경. <현대백화점>
다만 환율이 안정되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환율 하락 시 향수와 화장품 등 주력 카테고리의 가격 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면세점이 운영하게 될 공항 면세점은 과거보다 낮아진 임대료 구조 덕에 매출 증가가 이익으로 연결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객당 매출액이 회복될 경우 손익분기점을 조기에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대표가 비용 효율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온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공항점에서 단기 영업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7월31일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영업을 중단하고 무역센터점을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했다. 시내 면세점을 무역센터점 1곳으로 재편하며 저효율 상품을 줄이고 고효율 상품을 이전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실행했다.
그 결과 현대디에프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3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역대 두 번째 분기 흑자다.
이번 입찰을 계기로 시내 면세점과의 시너지 효과가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조성되고 있다.
공항 핵심 구역에 대형 판매 채널이 추가되면 상품 매입 규모가 커지고 협상력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향수와 화장품 등 주력 카테고리에서 브랜드와의 거래 조건을 보다 유리하게 가져갈 여지도 커진다. 그동안 시내점에 유치하지 못했던 고급 브랜드를 확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공항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기 손실을 시내점의 원가율 개선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로 상쇄하는 전략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 면세 사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관세청 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현대면세점은 4월부터 공항점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기간은 2033년까지로 중장기적 운영 안정성도 확보한 상태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점은 지난해 제2여객터미널에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를 신규 오픈하는 등 기존에 운영 중이던 루이비통, 샤넬, 구찌에 더해 상품기획 경쟁력을 한 층 강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시내 면세점인 무역센터점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의 지속적인 유치는 물론 체험형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 차별화된 고객 쇼핑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