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6-01-26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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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노인 빈곤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기초연금 지급 기준이 중위소득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당국이 기준 조정에 관한 검토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중산층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는 것을 두고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내놔 제도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도입 당시 노인 소득 ‘하위 70%’라는 지급 기준이 정해진 뒤 해당 기준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한 번도 조정된 적이 없다. 이재명 정부가 ‘70% 룰’을 깰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발언권을 요청하는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이 기초연금 개편을 언급하면서 지급 기준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70%로 정해 놓으니까 이백몇십만 원 소득 있는 사람도 월 34만 원을 받는다. 20만 원일 때는 이해했는데 재정부담은 1년에 몇 조 원씩 늘어나는데 그렇게 하는 게 맞냐”고 지적했다.
앞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4일 열린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이 너무 높아져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어떻게든 재조정해서 기초 연금 수급자들에서 절감된 금액을 국민연금의 저소득층 지원 쪽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금법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하위 70%를 수급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인 가구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 등을 월소득으로 환산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지금의 수급자 선정 방식에서 취약계층이 아닌 ‘여유 있는’ 노인이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단독가구 기준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247만 원으로 국민 전체 기준 중위소득(256만 원) 수준에 이르렀다. 각종 공제 제도를 적용하면 재산과 소득이 없는 단독가구 노인의 경우 이론적으로 한 달에 468만 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노인계층 안에서 70%를 선정하다보니 노인 인구가 급증과 지급금액 상승으로 기초연금 지출 규모는 2014년 6조8천억 원에서 지난해 27조 원으로 4배로 불었다.
기초연금제도는 2008년 소득인정액 하위 70% 이하 노인(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제도다. 명칭이 바뀌면서 금액은 최대 20만 원으로 2배 넘게 인상됐다. 올해 노인 단독가구 기준 수급액은 전년보다 2.1% 오른 34만9700원이다.
하위 70%라는 지급 기준은 기초연금 도입 뒤 1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조정된 적이 없다. 기초연금법이 70%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 데다, 노인 일부가 누려온 권리를 빼앗는 데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노인 소득 증가와 국민연금 고갈 우려 등으로 기초연금 재정에 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이번에는 기초연금 도입 뒤 최초로 수급자 선정 기준이 변경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개편 방향은 기초연금 지급 기준을 지금의 하위 70%에서 중위소득 등 다른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재정포럼 12월호에서 “현시점에서 70%의 목표 수급률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재정 여건 악화와 고령층 경제력의 개선을 고려하면 기준 중위소득 등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지급 대상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2월 펴낸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 방향’에서 수급 기준을 ‘중위소득 100%’로 변경한 뒤 2070년까지 단계적으로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현행 제도와 비교해 기초연금 지출액이 2040년 5조 원, 2050년 11조 원, 2070년에는 20조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70% 기준을 그대로 둔 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의 개편도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앞서 언급한 국무회의에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에게 “계속 똑같은 걸 다 올려줄게 아니고 하후상박으로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과 같이 기초연금 수급자를 소득별로 3~4구간으로 나눠 소득이 높을수록 지급액을 삭감하거나 국민연금 수급액별, 연령별 기준으로 지급액에 차등을 주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기초노령연금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로 확대하고 액수도 2배 이상 늘린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2014년 기초연금이 도입된 뒤에도 지급액 인상 등은 있었지만 수급자의 혜택을 줄이는 조치는 이뤄진 적이 없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기초연금 제도 자체가 65세 이상 노인 분들의 70%를 받도록 설계돼 이를 맞추기 위해 기준이 매년 조금씩 변경된다”며 “제도 개편과 관련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나온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