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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신 전 동양고속건설그룹 회장(왼쪽)과 박준근 중앙고속 사장 |
우리나라에서 고속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는 많지만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속한 회사는 8개뿐이다.
이 가운데 전국 노선망을 갖추고 고속버스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곳은 금호고속, 중앙고속, 동양고속, 천일고속 등 4개 회사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자료를 보면 지난 6월30일 기준으로 전체 고속버스 1875대 가운데 금호고속이 628대로 가장 많고, 중앙고속이 345대, 동양고속이 327대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 뒤를 186대의 천일고속이 뒤따르고 있다.
중앙고속과 동양고속은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점유율을 보면 중앙고속이 18.4%, 동양고속이 17.4%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점유율은 동양고속이 18.5%, 중앙고속이 17.4%였다. 반년 만에 순위가 뒤집힌 것이다. 천일고속은 9.9%로 한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해 이들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한진 품은 동양고속 업계 2위 껑충
동양고속은 1968년 서울-부산노선을 시작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70년대 동양고속은 호텔관광업과 해운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동양고속 대표가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의 동서인 이민하 회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민하 회장은 미국 노드롭항공사가 F20 전투기를 우리나라에 팔기 위한 로비에 연루되면서 1988년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당시 동양고속이 노드롭항공사의 국내 에이전트로 선정될 만큼 동양그룹은 정치권과 거리가 가까웠다.
동양고속은 1970년대 성장을 바탕으로 1974년 기업공개를 하고 고속버스 사업자 가운데 최초로 증시에 상장했다. 동양고속은 기업공개로 유치한 자금으로 1975년 속리산고속을 인수하고 1977년 남일여객과 동신버스를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1970년대 인수한 회사들 모두 1980년대 다시 되팔았다.
동양고속은 1986년 우창건설과 합병하고 최윤신 회장을 새로 맞았다. 최윤신 회장은 최주호 우성건설 회장의 아들로 건설부문을 크게 키웠다. 동양고속은 최윤신 회장 체제에서 건설부문을 포함한 동양고속건설그룹으로 발전했다. 1995년 사명도 동양고속건설로 변경한다.
그뒤 10년 동안 동양고속과 동양건설은 한 몸으로 존재하다 2005년 동양고속으로 다시 분리해 나왔다.
동양건설은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현재 매각절차를 밟는 등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동양고속은 꾸준히 안정적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271억 원, 영업이익은 114억 원을 냈다.
동양고속은 천일고속에 이어 4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가 2006년 한진고속을 인수하며 단숨에 2위로 도약했다.
특히 영남권에서 입지가 커졌는데 한진고속과 함께 운행하던 서울-마산, 서울-창원 노선 등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으로 한진고속이 운행하던 서울-구미, 서울-포항 노선의 비중도 커지면서 더욱 이득을 봤다.
최윤신 동양고속건설그룹 회장은 2011년 별세하고 장남인 최성원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아 이끌고 있다. 최성원 회장이 그룹을 이끌게 된 이후 동양고속은 특이하게 연예사업을 하고 있다.
동양고속은 2012년부터 연예기획사 자이언트헌터에 수십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최윤신 전 회장의 아들 최성원 회장과 백남근 사장이 자이언트헌터 사내이사, 최윤신 전 회장의 부인인 이자영씨는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자이언트헌터는 지난해 매출이 고작 3천만 원에 불과하고 순손실 16억 원을 냈다. 동양고속의 투자가 별 효과가 없는 셈이다.
◆ 중앙고속 버스에 그려진 사자의 의미는
중앙고속은 재향군인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재향군인회가 재원 마련을 위해 1971년 설립했다. 재향군인회 산하 회사인 만큼 현재 중앙고속 사장은 박준근 예비역 중장이다.
중앙고속은 서울-이리(현 익산) 노선을 시작으로 현재 134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중앙고속이 업계 2위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초창기 대표 고속버스회사였던 그레이하운드 코리아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그레이하운드는 미국의 대표적 운수회사로 1970년 우리나라 고속버스사업 여명기에 2층 버스 40대를 들여와 고속버스사업을 했다. 그레이하운드의 2층 버스는 당시 고속버스의 대명사로 여겨질 만큼 인기가 높았으나 1978년 그레이하운드가 철수하면서 중앙고속이 모두 넘겨받았다.
그레이하운드 인수는 중앙고속의 급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중앙고속이 보유한 버스가 77대였는데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85대로 더 많았다. 중앙고속은 그레이하운드 버스의 달리는 개 로고 위에 사자를 덧입혀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중앙고속 버스 도색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중앙고속은 1973년 1급 자동차정비사업을 인가받아 정비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경기도 화성에 정비공장을 두고 고속버스와 일반버스, 트럭 등 차량정비를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중앙고속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5.54%도 보유하고 있다.
중앙고속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고속버스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중앙고속은 특별히 운수업종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중앙고속은 운행 기록계를 분석해 운전습관을 교정하고 졸음방지 용품을 지급하는 등 노력으로 344만8천 시간 무재해를 달성했으며 정비공장도 4380일 무재해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