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6-01-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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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훈 여기어때컴퍼니 대표이사(사진)가 패키지여행 시장 진출 이후 기존 기업들과 유사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어때컴퍼니>
[비즈니스포스트] 정명훈 여기어때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해 야심차게 패키지여행 시장에 진출했지만 플랫폼 기업으로서 뚜렷한 차별화 지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주주인 CVC캐피탈의 기업가치 제고 기대에 부응하려면 구조적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여행업계에 여기어때는 최근 중국 장가계 공항에 VIP 라운지를 열었다. 장가계는 중국 여행 수요가 회복되며 최근 국내 여행업계에서 전략적으로 주목받는 지역이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중국 노선 가운데서도 송출객 수 기준 상위권 여행지로 꼽힌다.
주요 여행사들도 이미 장가계 공략에 나서고 있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장가계 공항에 VIP 라운지를 먼저 열었다. 하나투어도 장가계를 포함한 중국 상품 강화를 위해 중국법인의 상하이 지점을 오픈했다.
일각에서는 여기어때의 이러한 행보가 패키지여행 시장에 진출하며 내세웠던 초기 포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명훈 여기어때컴퍼니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패키지여행 진출을 공식 선언하며 직접 홍보 영상에 등장해 여기어때 패키지여행의 차별점을 데이터베이스와 스타가이드로 설명했다.
정 대표는 당시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차별화 전략을 두고 “내가 알고 싶은 모든 옵션을 정확한 정보와 함께 탐색하고 결제하는 플랫폼의 장점은 기존 여행사가 해온 것과 굉장히 차별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스타가이드 시스템에 대해서는 “여기어때투어와 함께 일한 가이드 가운데 고객 피드백이 좋고 경험이 많은 검증된 분들로 가이드를 모셨다”며 “여행을 책임지는 가이드의 좋은 서비스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여기어때가 차별화를 원한다면 기존 패키지여행의 방식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해 온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국 장가계 공항 여기어때 VIP 라운지 전경. <여기어때컴퍼니>
패키지여행 시장이 위축된 배경에는 선택 옵션과 쇼핑 중심의 수익 구조에 대한 피로감과 자유여행·개별 여행 트렌드의 확산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실제 상품을 살펴보면 ‘여기어때투어’로 이름을 바꾸기 전 기존 온라인투어의 패키지여행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정 구성과 선택 관광, 쇼핑 일정 등에서 기존 패키지여행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모양새다.
여기어때 앱(애플리케이션)과 웹에서는 필터를 활용해 ‘노쇼핑’과 ‘가이드/기사 경비 없음’, ‘선택관광 없음’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차별화를 두었다.
하지만 실제 후기에서는 “선택관광을 할 수밖에 없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다”, “노옵션 상품이었지만 현지에서 직원이 와서 선택관광을 하지 않으면 가이드가 힘들다고 강요했다”, “사전에 가이드 경비가 없다고 안내 됐으나 현지에서 가이드가 팁을 요구했다”는 등의 부정적 의견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정명훈 대표가 자신 있게 소개한 ‘스타 가이드’와 관련해서는 칭찬의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처음에 스타가이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는데 함께하니 딱 알겠더라”, “열정적인 가이드님 덕분에 좋은 여행이었다”는 등의 후기가 있었다.
여기어때의 패키지 진출은 기존 숙박 플랫폼 중심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선택으로 해석된다. 숙박 예약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어때는 현재 영국계 글로벌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정명훈 대표는 CVC캐피탈 재직 시절 여기어때 인수를 주도한 뒤 직접 대표이사를 맡았다. 사모펀드 출신 경영진에게 신사업 성과는 기업가치 제고와 직결되는 과제로 꼽힌다.
CVC캐피탈은 지난해 말 여기어때컴퍼니 지분을 컨티뉴에이션 펀드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작업은 보통 해당 지분을 당장 매각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판단해 새로운 펀드로 옮겨 보유 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CVC캐피탈이 여기어때컴퍼니 매각이나 IPO(기업공개) 시점을 늦춘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VC캐피탈 입장에서 여기어때가 당장 매각해야 할 자산은 아닌 상황”이라면서도 “향후 매각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숙박 외 사업 영역 확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