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극동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17일 총회를 열고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공사비는 4840억 원 규모다.
롯데건설은 이로써 2026년 첫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해 도시정비 영업활동을 활발히 펼친 흐름이 올해도 이어진 것이다.
롯데건설 도시정비 신규 수주액은 지난해 3조3668억 원으로 2024년 대비 72% 급증했다. 올해 롯데건설은 이밖에 공사비 6158억 원 규모 금호21구역 재개발 사업도 잇단 단독입찰로 참여해 수의계약 가능성을 높여뒀다.
롯데건설이 업계 격전지 도시정비 시장에서 연초부터 이른 첫 수주를 통해 2022년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완연한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건설 마수걸이 수주는 올해와 지난해에는 1월에 이뤄졌지만 2023년과 2024년만 해도 한해가 시작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오일근 대표 역시 지난해 12월 초 취임 뒤 롯데건설이 상대적 강점을 지니는 국내 시장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말 조직개편에서 해외영업실이 건축사업실 아래로 이동했는데 줄어든 해외사업 비중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말 누적 기준 롯데건설 2025년 해외 도급공사 매출은 전체의 3.01%로 2024년(7.43%)과 2023년(18.63%)에 못 미쳤다. 그동안 해외실적을 떠받친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가 지난해 준공된 만큼 비중은 앞으로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오 대표는 특히 주택사업본부의 사업 범위를 넓히며 국내 시장에 더욱 힘을 실었다.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는 지난해말 조직개편에서 개발사업본부로 이름을 바꿨다.
오 대표가 부동산 개발사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거친 만큼 ‘디벨로퍼’로서 역량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시행과 시공을 함께 맡는 자체개발사업은 수익성이 높아 건설업계가 집중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서울원 아이파크'가 대표적으로 해당 현장의 매출총이익률은 40%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0대 건설사의 매출총이익률이 평균적으로 10% 안팎인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6.3% 수준으로 집계됐다.
롯데건설은 개발사업본부로 조직개편을 놓고 주택을 포함한 다방면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주택이란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기존에 수행하고 있는 여러 복합시설 등으로 범위를 넓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해외영업실은 기존에 강점을 보인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이동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 복합개발 등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를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을 활용해 복합개발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교통영향평가과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인허가 문제와 기부채납 같은 사전 조건 등이 복잡해 사업에 사업에 속도가 나기 쉽진 않은데 오 대표가 롯데건설을 통해 이 난제를 풀어가는데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롯데건설이 수주한 서울 송파구 가락극동아파트 재건축사업 조감도. <롯데건설>
다만 롯데건설이 현실적으로 부동산 개발사로 빠른 변신을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는 디벨로퍼 전략은 전체적 그림을 그리는 개발 역량뿐 아니라 부지 매입 등에 따르는 자금조달 부담도 건설사에게 안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부터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 부지 등 보유 자산 매각을 검토해왔다. 또 최근에는 경기도 남양주 퇴계원 부지 매각을 결정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7천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당장의 자본은 늘리지만 이자부담이 높아 향후 현금흐름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높다.
롯데건설이 PF 위기에서 벗어나 점차 재무구조에서 안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 대표는 당분간은 확장보다 회복 및 관리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 대표 또한 수익성을 강조하며 롯데건설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오 대표는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올해를 ‘수익성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궤도에 확실히 진입해야 하는 해’라고 짚으면서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성과 창출을 위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