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흑백요리사에서는 도전자들이 서로를 깎아내리기보다 존중하고, 결코 실패를 조롱하지 않는다. |
[비즈니스포스트]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2'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원래는 서바이벌류의 방송을 잘 못 보는 편이다. 누군가의 탈락을 전제로 비교와 견제를 극대화하는 구성이 (흥행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다.
흑백요리사에서는 도전자들이 서로를 깎아내리기보다 존중하고, 결코 실패를 조롱하지 않는다. 그 점이 마음을 놓이게 했는지 기쁘게 빠져들었고, 시즌2 역시 즐겁게 따라가고 있다. 제작진의 끊기신공에 탄식하며, ‘결과가 궁금하지만 미리 알고 싶진 않아’ 모드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시즌1에 이어 등장한 다양한 흑수저 요리사 중 특히 눈에 들어온 사람은 술빚는 윤주모(이하 윤주모)님이었다. 화면에 적나라하게 보이는 손떨림에서 윤주모님의 엄청난 긴장이 그대로 전해졌다. ‘덜덜’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호달달’이라는 표현을 붙이고 싶어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윤주모님은 요리 내내 호달달 떨면서도 생존 미션을 하나씩 통과해 나간다.
발표나 시험처럼 자신의 역량이 평가받는 상황에서의 불안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다. 긴장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므로,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적인 접근 등으로 최대한 조절을 시도한다.
그런데 불안해하는 이들을 불안 그 자체보다 더 괴롭게 만드는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긴장하는 나’에 대한 부정적인 자기평가다. “좀 더 대범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왜 그게 안 될까?” “나는 대체 왜 이렇게 쫄보처럼 헹동할까?” 불안이라는 1차 반응 위에, 자기비난이라는 2차 고통이 덧붙여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불안을 없애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거나, 무언가에 진정으로 통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윤주모님은 어떠한가. 스스로의 실력을 믿고 자신 있어 하면서도 누구보다 분명하게 떨고 있었다. 사실 불안과 긴장은 실패의 징후가 아닌, 내가 나의 목표에 진심이며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신호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떨지 않는 자를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용기란, 바들바들 떨며무서워하고, ‘괜히 한다고 했다’며 후회도 하고, 차라리 경연이 취소되었으면 좋겠다고 빌면서도 원하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행동 그 자체이다.
어쩌면 우리는 ‘대범함’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른다. 떨지 않는 사람, 언제나 여유로운 사람이 멋진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많은 멋진 사람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호달달 떨면서 자신의 일을 해낸다. 그리고 그 일들이 쌓여 자신의 길이 된다.
그러니 앞으로 중요한 자리를 앞두고 몸과 마음이 떨린다면, 이렇게 말해도 좋겠다. “호달달하면 어때? 호달달하면서 나아가면 되지.” 그 태도야말로, 우리가 현실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용기이다.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언니의 상담실', '출근길 심리학'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