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만 검찰이 TSMC에서 인텔로 이직한 전직 수석부사장 자택 압수수색에서 반도체 기술 관련 기밀자료를 확보했다는 현지언론 보도가 나왔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연구개발센터.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검찰이 최근 미국 인텔로 이직한 TSMC 전직 고위 임원의 자택 압수수색에서 반도체 핵심 기술이 담긴 자료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임원이 TSMC의 첨단 파운드리 기술을 인텔로 유출했다는 혐의에 더 무게가 실리면서 이는 국가 간 분쟁으로 확산될 소지도 커지고 있다.
31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 검찰은 11월 말부터 시작된 뤄웨이런 전 TSMC 수석부사장의 자택 압수수색 등 조사에서 다수의 자료를 입수했다.
검찰이 확보한 다수의 자료에는 TSMC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과 관련한 기밀 문서가 상당량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시보는 “이는 뤄 전 부사장이 TSMC에서 민감한 정보를 반출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대만 검찰은 이미 뤄 전 부사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법원은 그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도 압류했다.
TSMC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뤄 부사장은 7월 말 퇴임한 뒤 약 3개월만에 경쟁사인 인텔에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TSMC에서 퇴직하며 학계에서 일할 것이라고 통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곧 대만 검찰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핵심 자산인 TSMC의 반도체 기술이 인텔에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바라보고 조사를 시작했다.
TSMC도 곧이어 영업비밀보호법 및 지식재산 문제, 고용계약 파기 등을 이유로 뤄 전 부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가 TSMC의 영업비밀과 기술 정보를 인텔 측에 유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뤄 전 부사장은 퇴직하기 1년 전부터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적은 첨단 반도체 공정이나 향후 사업계획 관련 자료를 관련 부서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인텔 측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인텔은 첨단 파운드리 사업에서 장기간 이어진 대형 손실을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도 최근 인텔에 지분 투자로 대주주 지위에 오르며 정책적 차원에서 적극 힘을 실어줬다.
이 과정에서 최대 경쟁사인 TSMC와 기술 격차를 따라잡아야 하는 과제가 무거워진 만큼 인텔이 뤄웨이런 전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승부수를 걸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연히 첨단 파운드리 시장 지배력을 지키려 하는 TSMC와 이를 핵심 국가 경쟁력으로 앞세우는 대만 정부는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가 더 나아가 국가 간 분쟁으로 번질 공산도 크다. TSMC와 인텔 모두 대만과 미국 양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형 기술 기업 가운데 하나기 때문이다.
미국과 대만은 현재 반도체 관세를 비롯한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텔을 상대로 한 대만 검찰의 조사와 TSMC의 소송이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전부터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훔쳤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대만 측의 강경한 대응을 문제삼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