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자주포·로켓 이어 장갑차 수출 타진, 손재일 유럽 텃세 뚫고 루마니아 4조 수주할지 주목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12-30 16: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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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로켓 ‘천무’가 폴란드에서 5조6천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에스토니아에서 4400억 원 규모(발사대 6대, 유도미사일 3종)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면서, K9 자주포에 이은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은 자주포와 로켓에 이어 루마니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조2500억 원 규모의 보병전투차량(장갑차) 도입 사업에 자사의 ‘레드백’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호주에 첫 수출한 한화에어로 장갑차가 루마니아 공급도 성사시키면, 새로운 방산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이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에 이어 '레드백' 장갑차의 유럽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독일,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 방산기업의 장갑차 모델이 레드백과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바이 유러피언’으로 대표되는 유럽연합(EU)의 ‘텃세’를 이겨내고, 레드백의 최초 유럽 수출을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30일 방산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루마니아 정부는 내년 상반기 신형 장갑차 기종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루미니아 정부는 기존 노후화한 MLI-84 장갑차를 대체하기 위해 총 25억5천만 유로(4조3천억 원 가량)를 투입해 장갑차 246대(추가 옵션 52대 별도)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26대를 수입한 뒤, 나머지 220대는 루마니아 현지 조립·생산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현재 △한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드백’ △독일 라인메탈 ‘링스’ △스웨덴 BAE시스템즈해글룬즈 ‘CV90’ △스페인 제네럴다이내믹스유러피언랜드시스템즈 ‘ASCOD’ 등이 경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루마니아 국방부에 따르면 입찰 평가 기준은 기술 점수 65%, 경제 점수 35% 비중으로 평가된다.
구체적 조건을 보면 차체가 강판 단계부터 현지에서 생산돼야 하며, 통신 시스템용 소프트웨어는 루마니아 측이 개발해야 한다. 기술 이전은 유지, 보수, 진단, 수리, 장갑과 구동계(파워트레인) 부품 교체까지 포함돼야 한다.
최근 EU가 ‘바이 유러피언’ 기조를 법제화한 SAFE(Safety Action For Europe) 프로그램은 레드백이 극복해야 할 텃세로 평가된다.
SAFE는 EU 회원국의 방산물자 도입 사업에서 EU 내 조달 비중이 65%를 넘길 경우 낮은 금리로 대규모의 대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수혜국으로서는 방산물자 도입 비용을 낮출 수 있어, 비 유럽산 무기 구매 유인이 떨어지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회사는 경쟁사보다 높은 ‘현지화율 80%’를 내세워 자국 내 생산 비중을 고려하는 루마니아 정부의 조건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와 지난 2024년 체결한 K9 자주포 수출계약에 따라 루마니아에 K9 자주포 생산공장을 건설 중인데, 이곳을 레드백 생산거점으로 활용키로 했다.
회사는 또 레드백이 루마니아가 곧 도입할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차와 동일한 파워팩을 사용해 호환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기로 했다.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지난 10월22일 루마니아 부쿠레스티를 방문해 일리에 볼로잔 루마니아 총리를 만나 레드백 수출을 위한 현지 방산 협력의사를 타진키도 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유럽 현지 이중 공급망 조성을 통해 안정적 공급을 진행할 수 있으며, 유럽의 블록화 기조에는 역외 국가인 한국도 충분히 유럽 안보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서 2023년 호주 정부와 3조1500억 원 규모의 레드백 장갑차 계약을 체결해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장갑차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레드백 장갑차는 K9, 천무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 성장을 이끌 핵심 방산 품목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3년 12월 호주 정부와 3조1500억 원 규모의 레드백 장갑차 129대 계약을 체결했다. 루마니아에서 경합 중인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와 맞붙어 막판 역전극을 거둔 값진 성과였다.
회사는 호주 빅토리아 주에 해외 생산법인 H-ACE를 설립하고, 2026년 레드백 시제품 납품, 2027년 레드백 양산할 예정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