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닝샤 자치구의 닝우 지역에서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가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암모니아와 바이오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만든 ‘값싼 전기’를 발판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기료를 인하했는데 이는 친환경 연료와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산업과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 시장 주도권을 바탕으로 다른 친환경 산업에서도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2위 풍력터빈 제조사인 중국 엔비전이 친환경 암모니아를 생산해 비료와 화학 제품 및 선박 연료로 판매하는 사례를 지목했다.
이 매체는 또 골드윈드와 밍양과 같은 다른 풍력터빈 제조사나 태양광 기업인 론지 등 다수의 중국 업체 역시 친환경 연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최종 투자까지 결정한 세계 19개의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 가운데 12개가 중국에서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연료는 선박과 항공기에 대체 연료로 각광을 받는다. 향후 전 세계 탄소배출 강화 규제에 유리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암모니아나 바이오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는 아직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고 개발 비용이 비싸 기업이 섣불리 뛰어들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 업체는 저렴한 전기를 바탕으로 적극 진출하는 모양새다.
특히 재생에너지보다 경제성이 크게 낮은 녹색수소 분야에서도 중국이 값싼 전기 요금을 바탕으로 앞서나갈 가능성이 떠오른다.
에너지 전문 컨설팅업체 란타우그룹의 데이비드 피시먼 수석연구원은 “베이징은 수소를 신흥 미래산업 가운데 하나로 지정했다”며 “저금리 대출과 연구개발 보조금 등 혜택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중국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에도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해 비용을 절감한다. 이는 최근 전력난을 겪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우위 요소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를 통해 “중국은 AI 경쟁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망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록키마운트를 방문해 휘발유를 비롯한 생필품 가격을 낮추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결국 중국이 꾸준하게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힘을 실었던 것이 이제 성과로 돌아오면서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개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그치지 않고 중국 경제 전반의 구조 전환을 가속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전력 비용을 낮추고 이를 친환경 연료와 첨단 제조 및 디지털 산업으로 연결하는 밑그림을 깔아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의존해 왔던 화석연료 기반의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특히 글로벌 제조 공급망이 탄소 배출과 환경 기준을 핵심 변수로 삼는 상황에서 중국은 대규모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친환경이라는 명분까지 '덤으로'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11월10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23개국은 2035년 친환경 연료 생산량을 2024년보다 최소 네 배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이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선순환 구조에 기반해 친환경 연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면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주도할 수도 있다.
이런 중국의 에너지 정책은 미국 트럼프 정부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는 화석연료 산업 육성과 친환경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내 재생에너지 확대와 친환경 연료 산업 성장에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전력 다소비 산업이나 친환경 연료 분야에서 비용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반면 중국은 일관된 국가 전략 아래 가격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정부는 애초 지난 10월 말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던 친환경 연료 의무 할당량 발표를 내년까지 연기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기업은 투자 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로이터는 경고했다.
결국 중국이 친환경 에너지 지원에 공을 들였던 성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산업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면서 미·중 산업 패권 경쟁에서도 중국에 유리한 지형을 형성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다자간 협력체 인더스트리얼트랜지션 액셀러레이터의 파우스틴 델라살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은 친환경 연료가 새로운 석유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친환경 기술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