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상을 밝힌 '황금 함대' 구축 사업 가운데 한국 조선 기업들이 '호위함' 건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기 다른 접근 법으로 미국 군함 시장 진출을 노리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오른쪽) 가운데 누가 사상 최초 미국 군함 수주를 따낼지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22일 미국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축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 프로젝트가 군함 건조 사업에서 먼저 스타트 테이프를 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금함대’는 중국과의 해상 패권경쟁을 위해 함포·미사일·극초음속 무기·레일건·레이저·핵무기 등으로 무장한 3만~4만 톤급 대형 전함 20여 척을 비롯해 4천톤 안팎의 호위함 등 수십 척의 전단을 꾸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국 해군 함정사업 진출을 위해 현지 조선소와 협력을 확대하거나, 현지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미국 해군 호위함 수주전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지 주목된다.
정 회장과 김 부회장은 국내 7조8천억 원 규모의 차기 구축함(KDDX) 경쟁 입찰에서 맞붙는 데 이어 미국에서도 앞으로 수십 조 원에 달할 호위함 경쟁 입찰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함대를 구성할 차기 호위함 건조사업 'FF(X)'에 한국 조선소와 협력을 언급하면서 HD현대, 한화 등 한국 조선소가 차기 호위함 관련 수주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황금 함대(Golden Fleets) 구상 발표 기자회견에서 “지난주 미국 해군은 새로운 급의 호위함(프리깃) 건조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들은 한국 기업과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해군은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건조비용 상승으로 기존 콘스텔레이션급(배수량 7300톤) 호위함 20척 도입 사업을 전면 철회했다. 미국은 그 대안으로 해안경비대가 운용하는 레전드급(배수량 4500톤) 국가안보순찰함(NSC)을 기반으로 한 신형 호위함 사업 추진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우선 차기 호위함 사업의 초도함은 미국의 방산기업 헌팅턴잉걸스가 미시시피주에서 운영하는 잉걸스조선소에서 2028년까지 진수를 목표로 건조할 예정이다.
존 팰런 미국 해군성 장관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초도 호위함에 이어 향후 추가로 차기 호위함을 건조할 조선소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을 실시할 예정으로, HD현대와 한화그룹이 한국 최초 미 해군 군함 수주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호위함 건조 대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소 30척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그룹은 헌팅턴잉걸스와 지난 4월 방산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10월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 합의각서(MOA)’ 협약을 체결한 것을 바탕으로 차기 호위함 수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헝팅턴잉걸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하고, 수주 이후 HD현대가 잉걸스에 호위함 블록모듈을 건조에 납품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앞서 양사는 MOA를 통해 조선 생산시설 인수, 신규 조선소 설립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한편 HD현대가 헌팅턴잉걸스가 운영하는 뉴포트뉴스조선소·잉걸스조선소에 블록 모듈과 주요 자재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잉걸스조선소는 구축함(DDG), 강습상륙함(LHA), 상륙수송함(LPD)를 건조 중으로 호위함 건조 사업까지 진행하려면 병목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초도함 이후 물량에 대해 함정 공동건조 MOA를 체결한 HD현대중공업과 협업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이 지난 19일 미국 해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차기 호위함 사업 'FF(X)'를 설명하고 있다. <미국 해군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
한화그룹은 2024년 12월 인수한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현 한화필리조선소)와 최근 최대주주로 등극한 호주 오스탈의 미국법인 오스탈USA를 통한 차기 호위함 건조 사업 입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 함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화그룹은 위대한 회사”라고 추켜세우며, "새로운 호위함이 한화와 협력을 통해 건조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그룹이 향후 차기 호위함 사업에서 수주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한화필리조선소가 현재까지 군함 건조 경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은 호위함 건조와 관련해 호위함의 블록 모듈을 제작해 공급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대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해군 차기 호위함은 국내서 최근 진수한 울산급 배치-3(3600톤급)과 유사한 크기로, 설계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을 예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화그룹 언급과 2028년까지 진수를 목표로 한 만큼, 한화필리조선소 투자·인프라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스탈USA는 미국 앨라배마주 모바일에 소재한 조선소에서 미 해군 인디펜더슨급 연안전투함(LCS)과 미 해안경비대 원정고속수송선(EPF) 등 주로 호위함보다 더 선체가 작은 알루미늄 선체 함정을 건조해왔다.
하지만 지난 2022년 4월 호위함급 군함 건조를 위한 강철 선체 함정설비 구축을 마쳤다. 한화그룹은 오스탈USA의 이 설비를 활용해 호위함 경쟁 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호위함 사업 수주의 관건은 납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존 팰런 미 해군성 장관은 지난 19일 "(경쟁 입찰에서) 조선소들은 함대에 최대한 신속하게 전투력을 제공하는 단 하나의 결과로 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20여 척의 대형 전함을 비롯해 수십 척의 호위함 건조 사업과 관련한 공급액 규모는 현재까지 알려진 게 없다. 다만 미 해군의 2025년 함정 구매계획에 따르면 앞서 취소된 콘스텔레이션급 호위함 도입 사업의 경우, FFG-62 플라이트(Flight)-I 24척, FFG-62 플라이트-II 57척 등 총 81척의 호위함 구매 비용은 약 820억 달러(121조 원)로 책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미국이 건조하려는 차기 호위함 공급액은 척 당 약 10억달러(약 1조4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30척 이상의 호위함이 건조될 것을 감안하면 45조 원 이상의 수주액을 놓고 HD현대와 한화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한국에서는 내년 7조8천억 원 규모의 차기 구축함(KDDX) 입찰에서 경합을 벌일 예정으로, 내년 양사의 양보할 수 없는 특수선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