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하는 '팀코리아'가 수주한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 체코 정부가 필요 이상의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심층 조사에 나섰다.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사업에 지원하려는 보조금이 EU 전력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조감도. <한국수력원자력>
이번 심층 조사는 한국의 원전 수출에 필요한 EU 차원의 마지막 행정 절차 차원으로 사업 진행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체코 현지에서 시각이 나온다.
다만 체코 정부가 원전 사업에 투입한 보조금 일부가 수정되거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장치가 요구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는 현지시각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체코가 두코바니에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제공할 지원이 'EU 국가 보조금 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심층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가 심층 조사하려는 체코 정부의 지원 항목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체코 정부는 230억 유로(40조1870억 원)에서 300억 유로(약 52조3400억 원) 사이로 추산되는 초기 건설 비용 전액을 원전 개발 및 운영 국영기업인 '엘렉트라르나 두코바니(EDU) II'에 지원할 계획을 세웠는데 EU 집행위가 이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EDU II는 체코 정부와 체코 유일의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인 CEZ가 각각 80%, 20%의 지분을 쥐고 있다. 체코 정부는 또 원전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40년 만기로 제안된 양방향 차액결제계약(CfD)을 EDU II와 체결하기로 했다.
EU 집행위는 "이런 조치가 EU 국가 보조금 규정에 완전히 부합하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며 "체코 정부의 지원이 과도한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는지에 심층 조사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체코 현지에서는 이번 EU 집행위의 심층 조사를 놓고 향후 두코바니 원전 사업 추진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카렐 하블리체크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현지 매체 세즈남 즈프라비(Seznam Zprávy)에 "EU 집행위 조사는 계획 중인 모든 원자력 발전소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표준 절차"라며 "원전 프로젝트는 어떤 위협도 받지 않으며 지연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심층 조사는 최대 18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7년 상반기 안으로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매체 체스케 노비니(České noviny) 역시 체코 원전 프로젝트가 에너지 안보뿐 아니라 탈탄소 목표와 연계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슈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에만 맡겨두면 안 되는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여서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CT24 보도를 보면 앞서 체코 정부는 지난 10월 EU 집행위에 원전 지원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면서 "수백 가지 장애물을 이미 극복했다"며 "EU 승인이 남아 있지만 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가 승인 통보를 하기 전에도 원전 프로젝트 준비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다.
EDU II 역시 체코 정부의 지원에 대한 EU집행위 승인이 나기 전까지 착공 전 준비작업과 연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브릿지론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를 2036년과 2037년에 각각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체코전력공사(CEZ)가 운영하는 원자력 발전소와 냉각탑 모습. < CEZ >
체코 정부가 이미 지난해 4월 신규 원자로 1기를 건설 및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놓고 EU 승인을 한 차례 받았다는 점도 이번 심층 조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체코 정부가 애초 승인받은 1기에 1기를 더 추가함에 따라 이번 보조금 심층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그런 만큼 기존 승인 당시에 통과했던 기준이 유지되고 있어 체코 정부와 한수원이 긴밀히 협력해 추가 자료를 제공한다면 승인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벨기에가 원전 운영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제출한 국가보조금 계획을 2024년 7월 심층 조사를 개시해 지난 2월 승인하기도 했다.
다만 원전 업계 일각에서는 보조금 세부 항목 조정이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별도 장치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조건부 승인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유럽 당국의 공공 조달 절차나 경쟁법 체계가 까다로운 데다 '역내 중심주의'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승인이 나오기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