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12-22 16: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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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세종 고속도로 붕괴사고 여파로 올해 내내 고전했음에도 연말 그룹인사에서 자리를 지키며 내년에 만회할 기회를 얻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재무전문가로 통하는 주 사장은 지난해 조 단위 손실 처리의 충격을 입은 현대엔지니어링을 올해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다. 내년에는 사고 여파로 부진한 수주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궤도에 올릴지 주목된다.
▲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세종 고속도로 붕괴 사고 여파로 올해 내내 고전했음에도 만회할 기회를 얻게 돼 내년 수주와 수익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 사장이 올해 내내 고전했던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안정화 달성’이라는 경영 과제가 내년에 더욱 무거워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주 사장은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로 임기 첫해인 올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체질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해외 사업장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는 ‘빅배스(big-bath)’를 단행하면서 올해 수익성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는데 주 사장이 이를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주 사장은 1990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뒤 기아, 현대제철 등에서 재무와 경영관리 업무 관련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20년 주 사장이 기아 재무관리책임자(CFO)에 임명됐을 때는 회사 영업이익률을 당시 3.5%에서 2023년에는 11.63%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다만 주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붕괴사고라는 악재가 겹치며 이러한 실적 개선 기대를 성과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지난 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서울–세종 고속도로 청용천교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과 책임 경영 차원에서 신규 수주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주 사장은 원가율 관리를 중심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105.4%에 이르던 현대엔지니어링 원가율은 올해 1~3분기 누적으로 93.6%를 기록하며 11.8%포인트 개선됐다.
이러한 노력에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1040억 원, 2분기 1101억 원, 3분기 33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역대 최고인 2017년 영업이익 5144억 원까지 갈 길이 먼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1조2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던 충격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 사장은 최근에는 희망직원을 대상으로 전직과 이직을 지원하는 커리어 리빌딩 프로그램 추진에 나서며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주 사장이 올해 내내 붕괴 사고 여파와 해외 사업장의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에 시달리면서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연말인사에서 경질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다만 주 사장이 자리를 지키며 실적 회복을 이룰 시간을 얻은 만큼 내년부터는 비용 관리뿐 아니라 본격적 사업 수주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동안 해외 건설사업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건설사로 평가받아 온 만큼 그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 건설 수주통계를 살펴보면 현대엔지니어링 수주액은 지난해 60억4159만 달러(약 8조9446억 원)에서 올해 13억3244만 달러(약 1조9727억 원)로 78.0% 감소했다. 순위 역시 2위에서 6위로 네 계단이나 하락했다.
올해와 내년에 주요 플랜트 공사가 잇따라 마무리된다는 점도 수주를 늘려야 할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 올해와 내년에 주요 플랜트 공사가 잇따라 마무리된다는 점이 현대엔지니어링 수주 확대 필요성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샤힌 프로젝트 패키지-2’ 현장 설치를 위해 해상 이동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PAU 모듈’의 모습. <현대엔지니어링>
국내 최대 규모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해외 사업의 경우 기존도급액 4조 원 규모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과 각각 2조 원 규모인 SK·LG 미국 배터리 공장, 1조 원 규모 롯데케미칼 라인 프로젝트 등이 이미 예정된 완공 시점을 지난 상태다.
현재 멈춰있는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 재개 시점도 앞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정상화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0년 수주 1조 클럽에 가입한 뒤 매년 1조 원 이상의 안정적 실적으로 도시정비 분야에서도 강자로 자리잡고 있었으나 올해는 사고 여파로 단 한 건의 수주도 기록하지 못했다.
주 사장은 지난 4월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내부 혁신 개획을 발표하며 “안전과 품질에 대한 회사 경쟁력이나 체질 개선이 확보된 이후에 본격적 수주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잔고는 27조233억 원으로 지난해 34조8247억 원과 비교해 22.4% 감소해 수주 확대가 시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국내에 모두 125조2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그룹 시설 투자 시공을 맡았던 현대엔지니어링으로서는 수주를 늘릴 여지가 커졌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주 재개 시점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부분이 없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