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2025-12-17 14: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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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이례적으로 전 이사장이었던 김성주 전 국회의원이 취임했다.
김 이사장은 의원 시절 빠르게 '탈석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만큼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방향성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 국내 시민단체들이 국민연금이 빠르게 탈석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성주 의원실>
17일 국내 시민사회 연대체 국민연금기후행동과 글로벌 환경단체 에코는 국민연금에 석탄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앞서 15일 있었던 김 이사장의 취임에 맞춰 서한을 전달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인물로 국민연금 사상 최초로 이사장을 두 번 역임하게 됐다. 제21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국회ESG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탈석탄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실제로 김 이사장은 2023년 비즈니스포스트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공동 개최한 '2023 기후경쟁력포럼에서 "유럽연합, 미국 등은 자본 흐름을 저탄소·탈탄소 등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면서 자국의 기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국내 책임투자자들은 기후 관련 책임투자가 아직도 미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민연금이 2021년에 발표한 '탈석탄 선언' 이행에 늦장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과거 행적을 고려하면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 개혁에 있어 지난해 12월 발표된 '석탄투자 제한전략'에 가장 먼저 손을 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당시 석탄투자 제한전략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탈석탄을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환경단체들은 해당 조치가 글로벌 기준에 매우 미흡하며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석탄투자 제한전략은 석탄 관련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에만 투자를 제한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 국내 ESG 싱크탱크들이 권고한 30%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 이에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은 당시 "매우 실망스럽고 글로벌 수준에 뒤떨어진 조치"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이마저도 국내 적용을 5년 유예하며 기업과 비공개 대화 기간도 5년으로 설정하는 등 실효성이 극히 낮은 대책만을 내놨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기후솔루션 등에 따르면 사실상 2030년 전까지 국민연금 투자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자산들은 어떤 투자 제한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 김 이사장이 석탄투자 제한전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과거 발언과 모순되는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신사옥. <연합뉴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한국 정부가 최근 탈석탄 동맹에 가입하고 2040년 탈석탄을 추진하는 만큼 국민연금은 한국전력 등에 보다 적극적인 석탄투자제한 정책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적극적인 주주 관여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동서한에 참여한 환경단체들은 이번 행동이 단발성이 아니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김 이사장이 과거 약속한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아펙시타 바르슈니 에코 글로벌 기후금융 캠페인 담당자는 "국민연금의 자금 지원은 유해 에너지원(석탄)을 계속 유지하게 한다"며 "우리는 119개국 약 5만 명의 목소리를 모아 국민연금이 석탄발전의 조력자가 아닌 진정한 기후 리더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민 청년 기후단체 빅웨이브 대표도 "국민연금이 석탄투자로 단기 수익을 거둔다고 할지라도 석탄투자로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이로 인한 피해 비용이 미래로 전가되기 때문에 이는 세대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공적 연기금으로서 수익률만 추구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궁극적 탈석탄 목표 연도를 제시하고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