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SDI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의 특혜의혹을 부인했다.
특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청와대 외압 여부를 수사하면서 삼성그룹은 수천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 처분을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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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은 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떤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합병 종결 이후 공정위 요청에 따라 순환출자 관련 자료를 보냈다. 공정위는 이를 검토해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015년 12월24일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공정위는 당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으로 주식처분명령 등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공정위 유권해석에 이견이 있었지만 순환출자 해소 의지로 자발적으로 500만 주를 처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도 앞서 7일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해 법집행 사례가 없다가 삼성에서 최초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며 “전문가 의견과 공정위 전원회의 논의 결과를 종합해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라며 청와대 외압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박영수 특검은 8일 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특혜를 줬고 그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공정위가 삼성SDI 지분 처분 규모를 낮춰잡는 과정에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2015년 10월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강화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보유하게 되는 삼성물산 주식 900만 주를 처분하도록 내부적으로 결론내렸다가 최종적으로 추가출자분에 해당하는 500만 주를 처분하도록 했다.
삼성그룹은 공정위와 지분처분 규모를 두고 조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 가운데 의견이 오고간 것”이라며 “공정위는 외부전문가와 전원회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검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삼성그룹은 공정위의 도움을 받아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아낄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하는 문제는 단순히 순환출자 해소뿐 아니라 그룹 지배력과 연관이 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후 사실상 지주회사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올랐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주식을 바깥에 팔면 그만큼 그룹 전체 지배력이 감소한다.
그러나 다른 계열사에게 팔면 또다시 순환출자고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그룹 내부에서 지분을 소화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당시 삼성SDI는 500만 주 가운데 3분의 2가량인 330만5천 주를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문화재단에 넘겼다.
이 부회장과 삼성생명문화재단이 지분 매입에 투입한 자금은 5천억 원 규모다. 적지 않은 자금이 들어갔음에도 삼성SDI가 처분한 주식을 모두 넘겨받지 못하고 일부는 블록딜 형태로 외부에 매각했다. 전체 주식 처분액은 6750억 원이다.
만약 삼성SDI가 보유주식 900만 주를 모두 처분할 경우 그 규모는 1조3835억 원으로 커진다. 삼성그룹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처분한 뒤에 삼성물산에 현재와 동일한 지배력을 행사하려면 이 부회장과 삼성생명문화재단도 5천억 원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