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5-12-09 11: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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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거버넌스포럼이 국민성장펀드의 SK하이닉스 지분 출자가 기존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9일 논평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란 타이틀을 이용해 금산분리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증손회사 단에서 조인트벤처(JV) 또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요구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정부 지분투자를 받아 합작 증손회사를 설립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 향후 반도체 매출비중이 희석화되므로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9일 논평을 통해 국민성장펀드의 SK하이닉스 지분 출자를 반대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첨단산업에 한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주회사 체계에서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100% 보유해야 하는데, 이번 규제 완화안의 핵심은 증손회사 지분율 제한을 50%로 줄이고, 지주회사에 금융리스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SK와 같은 대기업은 다수의 증손회사를 통해 정부 지분투자와 저리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최태원 회장은 느슨한 정부 규제에 따라 SK하이닉스가 50% 지분을 가진 JV나 SPC를 통해 국민성장펀드의 지분투자와 저리 대출을 받아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이것을 리스 방식으로 빌려서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오는 10일 공식 출범한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마련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 원에 민간 금융사와 연기금, 국민 등이 마련하는 75조 원을 더해 150조 원 규모로 운영되는 정책 펀드다.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로봇 등 첨단전략 산업에 향후 5년 동안 자금을 투입한다.
이 회장은 "정부 지분투자가 필요 없는데 굳이 SK그룹이 나서서 미래 반도체 이익을 JV 또는 SPC 주주들과 나누려는 이유는 최 회장의 컨트롤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라며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지분이 전혀 없다. 지주사 SK, 중간지주사 SK스퀘어를 통해 간접지분 1.1%만 소유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 이사회 구성, 경영진 선임 등 주요 의사결정을 모두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성장펀드가 자기거래의 이익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 자금을 이용한 계열사 사이의 자산 매매, 리스, 대출 등 비정상적이거나 불투명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SK하이닉스는 더 이상 기존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편법 시도를 중단하고, 투명성 제고 및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위해 미국증시에 동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자본이 필요하면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신주 발행을 하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