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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규제' 금산분리 '증손회사 지분율 50%'로 완화, AI 투자 마중물 될까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 2025-12-09 10: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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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43년 묶여 있던 금산분리 규제가 인공지능(AI) 대규모 투자를 위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증손회사 지분율을 절반으로 낮추고 지주회사의 금융리스 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등 첨단산업 투자 구조 전반을 손보려 한다. 다만 이러한 규제 완화가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43년 규제' 금산분리 '증손회사 지분율 50%'로 완화, AI 투자 마중물 될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월2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2회 기업성장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한상공회의소>

9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인공지능(AI)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지주회사 및 금산분리와 관련한 규제 변경 방안을 발표한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가 있었으나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재부가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준비하는 금산분리 규제 변경안의 핵심은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추는 것과 지주회사에 금융리스 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은 증손회사를 활용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지분율 규정을 100%에서 50%로 낮추면 손자회사는 신규 사업에서 자금 마련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현행 100% 규정은 기업집단 총수 일가 등이 적은 지분으로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의 단계로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견제하는 장치다. 하지만 이 규정이 첨단산업의 자금 조달을 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아울러 일반지주회사의 금융리스 회사 보유가 허용되면 첨단산업을 영위하는 지주회사 계열사는 설비·시설을 빌려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손회사로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투자를 유치하거나 시설을 빌려 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는 이번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혜택을 받는 대상은 반도체 등 정부가 지정하는 첨단전략산업에 한정되며 투자 프로젝트는 사전 심사·승인을 거쳐야 하고 지방 투자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금산분리 원칙은 1982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제한·분리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대기업이 계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것을 막고 산업 부실이 금융 시스템에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 아래 도입됐다. 

이 원칙은 1990년대 대우, 기아, 한라 등 대기업들이 금융사를 동원해 계열사의 부실을 은폐하다가 그룹 전체가 붕괴됐던 사례에서 필요성이 입증됐다. 이후 수십 년간 대기업 지배구조를 감시하고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지키는 장치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AI·반도체 등 혁신 산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 필요성이 대두되며 금산분리 규제가 현실과 맞지 않고 국내 산업 경쟁력도 약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1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독점 폐해를 방지할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범위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논의의 중심에는 SK그룹이 있다. SK하이닉스처럼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인 경우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한 SPC를 만들 때 100% 자회사로만 세울 수 있어 외부 투자를 받기 어렵다. 더욱이 반도체 분야는 다른 회사 지분을 인수할 때도 대규모 투자 비용이 필요해 100% 지분 인수가 쉽지 않다.

SK하이닉스는 당초 2019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할 때 투자금 규모를 120조 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 사업에 약 600조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자금 마련이 과제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AI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43년 규제' 금산분리 '증손회사 지분율 50%'로 완화, AI 투자 마중물 될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0월1일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호 협력하자는 내용의 의향서(LOI)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

앞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 10월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나 '스타게이트 메모리 반도체(HBM) 공급 파트너십'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월 90만 장(웨이퍼 기준 연간 1080만 장)의 HBM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의 국민성장펀드도 지분 100% 규정이 유지되면 SK하이닉스의 사업에 외부 투자자로서 지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에 향후 5년간 150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려 한다. 그런데 지분율 규정을 50%로 낮추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국민성장펀드를 투입하는 방안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금융과 산업이 손잡고 AI 등 첨단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가 많다. 미국·일본·대만은 산업과 금융을 결합한 전략적 투자 모델로 수백조 원짜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차세대 AI를 구동하기 위한 인프라 시설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공·민간 협력 사업으로 투자 규모가 5천억 달러(약 737조7500억 원)에 달한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을 비롯해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SBG) 등이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400억 달러(약 59조200억 원) 규모의 AI 인프라 펀드를 조성했다. 또 메타는 사모펀드 블루아울캐피털과 합작해 270억 달러(약 39조8385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산업과 금융의 융합은 이미 글로벌 추세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금산분리 완화가 가져올 '시스템 리스크'에 주목한다. 금융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주체고 산업자본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주체기 때문에 양자의 결합은 구조적으로 이해상충을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실제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실패 사례도 존재한다. 과거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사례가 대표적이다. GE는 제조업 기반 기업이면서 금융 부문인 GE캐피털을 통해 산업과 금융을 결합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GE캐피털 부실이 전체 기업을 위기로 몰았다. 이는 산업과 금융 결합이 전략적 투자에는 유리하지만 위험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특정 기업에 유리한 '맞춤형 규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AI 투자 확대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사실상 특정 재벌 맞춤형 규제완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006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독립해 설립된 시민단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SK그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규제 완화 혜택을 받아왔다. 2014년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으로 SK종합화학 합작사 설립이 쉬워졌고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에서 기존 지주회사를 예외로 둬 사실상 SK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25일 논평을 통해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쟁을 위해 외부 자본을 받아야 한다면 총수 지분의 희석을 감수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며 "지배권을 전제조건으로 둔 투자 논리는 국민을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SK하이닉스의 성장은 국가적 과제지만 그 비용을 규제 완화로 사회가 떠안을 이유는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산업 경쟁력과 지배구조 문제를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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