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5-12-08 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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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오일근 롯데건설 대표이사가 취임 직후부터 재무전문가로서 시험대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에 청산 위기가 다가오면서 점포 개발사업과 관련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롯데건설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 오일근 롯데건설 대표이사가 홈플러스 사태에서 첫 시험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홈플러스에 주요 협력기업의 발주 축소, 납품 중단 등이 확대되고 있다.
홈플러스에 지난 3월부터 법정관리가 시작된 뒤 오뚜기, 롯데칠성 등 식품기업들이 대금 관련 위험을 이유로 납품을 중단했다가 정산 조건을 변경한 뒤 납품을 재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홈플러스를 둘러싼 상황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주요 협력기업들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11월부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8월부터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으며 LG생활건강 역시 납품 물량을 줄이며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협력기업의 납품 물량이 줄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홈플러스는 점점 청산으로 몰리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회생법원은 11월26일 진행한 1차 공개입찰에서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자 홈플러스에 12월29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까지도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청산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제출일 전에 적합한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면 매각 절차 연장, 회생계획서 제출 기한 연장이 가능한 만큼 계속 입찰제안서를 계속 받을 예정”이라며 “가장 현실적 회생방안인 인수합병(M&A)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 롯데건설은 홈플러스의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업체로 꼽힌다.
홈플러스의 10여 곳 점포개발 사업에 참여하며 모두 8155억 원 규모의 후순위 PF 보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PF보증이란 시행사가 대출로 자금을 조달할 때 시공사가 보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홈플러스가 회생에 성공하지 못하고 청산 수순으로 들어가면 점포 임대차와 관련해 채권자들이 기한 도래 전에 채무를 회수할 수 있는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함에 따라 경·공매가 진행된다.
경·공매 통해 PF 대출이 모두 회수되지 않으면 롯데건설은 대주들에 자금보충 의무를 지게된다. 롯데건설은 후순위 PF 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홈플러스의 청산 과정에서 자금 부담을 지게 될 위험성이 크다.
오 대표로서는 상황이 만만치 않은 때 롯데건설의 새 사령탑에 오르게 된 상황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지난 11월26일 정기 인사를 통해 롯데건설의 최고경영자로 임명됐다. 2021년부터 롯데자산개발에서 대표이사 전무를 맡았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부사장 승진과 함께 롯데건설로 이동했다.
전임자인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가 부회장이었던 점, 단독 대표 체제에서 부사장 직급의 최고경영자는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인사로 건설업계에선 여겨진다.
▲ 롯데건설은 홈플러스의 점포개발 사업과 관련해 8155억 원 규모의 PF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오 대표의 재무, 부동산 개발 전문성과 롯데건설이 처한 상황이 고려된 결정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1993년 롯데월드에 입사해 롯데정책본부와 롯데마트 등을 거쳤다. 롯데마트에 근무하던 2012년에는 마트사업부 개발본부 부문장을 맡기도 했다. 롯데자산개발에서는 2016년부터 근무했다.
홈플러스와 관련한 PF 보증은 롯데건설에 만만치 않은 재무 부담으로 평가된다.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2022년 말 기준 5조7천억 원에서 2024년 말 기준으로 3조2천억 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율이 111%로 100%를 웃도는 등 여전히 긍정적 상황은 아니다.
특히 롯데건설의 미착공 PF 우발채무 1조9천억 원 가운데 홈플러스 관련 PF 보증금액 8155억 원은 비중이 40%를 웃돈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6월 일제히 롯데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낮추며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홈플러스 관련 재무 위험을 들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향후 홈플러스와의 계약 지속 여부, 임대료 인하 협상 및 이와 관련한 롯데건설의 추가적 신용보강 제공 여부, 사업 진행 경과 등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