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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의무 소각'에 발묶인 태광산업 유태호, 잇단 대형 M&A에 '무차입 경영' 깬다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 2025-12-02 16: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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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여당이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이달 내 국회 통과를 추진하면서, 최근 잇따라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는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채권 발행 등 자금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 용도로 자사주 24.41%를 활용하려던 유태호 태광산업 대표이사는 최근 이같은 계획을 전면 수정, 기존 ‘무차입 경영’ 기조를 깨고 M&A를 위한 차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의무 소각'에 발묶인 태광산업 유태호, 잇단 대형 M&A에 '무차입 경영' 깬다
▲ 태광산업은 오는 2월 애경산업 지분 63%를 인수할 예정이며, 약 5000억 원의 매매가격이 예상되는 케이조선 인수전에 참여 의향을 밝혔다. <케이조선, 애경그룹>

태광산업은 주력 사업인 섬유·석유화학의 업황 악화의 돌파구로 화장품·부동산·에너지·조선 업 분야의 대형 입수합병 추진하고 있는데, 매물의 예상 가격과 회사의 현금보유량·자금소요 등을 종합하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보유한 현금 약 2조 원으로도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각자 발의한 상법 개정안 5개는 개정안마다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회사가 기존 보유한 자기주식을 일정 기간 내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들은 최근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계획을 잇달아 철회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하는 정부의 ‘밸류업 기조’와 역행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스럽다는 게 이유다.

태광산업도 지난 11월24일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을 철회한 만큼, 선대 회장으로부터 이어진 '무차입 경영'기조에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회사의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6%, 차입금은 408억 원인 반면 현금보유량 2조669억 원대로 자금 사정이 넉넉한 상황이다.

앞서 회사는 주력 사업인 섬유·석화의 업황 악화에 대응해 화장품·부동산·에너지 분야 진출을 위한 투자계획으로 2026년까지 총 1조5천억 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태광산업은 본업 부진으로 올해 3분기 누적 영업활동 순현금유출 557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가 현재 뛰어든 대형 인수합병(M&A) 건은 모두 합치면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상태다.

유태호 태광산업 대표이사는 지난 11월24일 주주서한에서 "현재 투자 계획이 예정대로 집행된다면, 2026년 상반기에는 예비운영자금 확보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며 "사업 재편, 운영자금을 위해 외부 차입 등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태광산업은 지난달 미국 사모펀드 TPG그룹과 손잡고 경남 진해시에 위치한 중형 조선소 '케이조선' 지분 99.58% 인수를 위한 예비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투자은행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케이조선 매매가격은 5000억 원 안팎으로, 태광산업에 적잖은 현금 부담이 될 전망이다. 

또 지난 10월 체결한 계약에 따라 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유안타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내년 2월 총 4700억 원에 애경산업을 인수할 예정이다.

태광산업은 인수 금액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데, 계약 관련 공시에 따르면 태광산업이 지분 전량을 인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애경그룹에 2115억 원을 1년간 대여키로 결정하면서, 내년 2월 최소 약 45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부동산 사업 진출의 일환으로도 자금이 투자되고 있다. 태광산업은 태광1호리츠(태광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서울 중구 남대문 인근의 4성급 호텔 ‘메리어트 코트야드 서울’을 2500억 원에 인수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자사주 의무 소각'에 발묶인 태광산업 유태호, 잇단 대형 M&A에 '무차입 경영' 깬다
▲ 태광산업 측은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을 놓고 차입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태광산업> 

매매대금과 행정절차 수수료, 리모델링 비용 등을 합쳐 2850억 원 규모의 거래로, 태광산업은 태광1호리츠에 500억 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나머지 금액은 태광1호리츠가 인수금융을 일으키기로 했다. 

이밖에 회사는 앞서 발표했던 에너지 분야 진출을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기업 투자 또는 인수합병을 계획하고 있다. 이 부문에서도 수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비주력 사업 정리에도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업황 악화에 대비한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만 5600억 원에 이른다. 

태광산업은 LG화학과 합작법인 ‘티엘케미칼’ 지분 40%를 500억 원에 12월 내 매입해 이 법인을 청산시킬 예정이다. 티엘케미칼은 2021년 아크릴로니트릴 증설을 위해 합작 설립됐지만 투자비 증가, 시황 악화 등으로 실제 공장 건립이 이뤄지 않고 있다. 

또 중국 스판덱스 생산법인 태광화섬상숙의 법인 청산 과정에서 차입금 상환과 마지막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천억 원을 지난 10월31일 납입했다.

태광그룹 창업주인 이임용 선대회장의 '무차입 경영' 방침은 그동안 이호진 전 회장과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돼왔다. 하지만 최근 대형 M&A를 통한 사업 구조 전면 혁신을 위한 투자 소요 자금이 보유 현금보다 훨씬 많아 이같은 경영기조는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태광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철회 발표 이후 자사주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신사업 투자금 조달 방안도)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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