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5-12-01 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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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기업결합이 연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의 기업결합 심사가 여전히 사전협의 단계에 머무름에 따라 연내 합병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극장업계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두 회사는 합병과 별개로 각자 자구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극장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현재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기업결합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협의란 기업결합 정식 신고 전에 시장획정과 점유율 산정, 경쟁제한 우려 등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해 공정위가 미리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해 8월 신설됐다. 이 과정에서 최근 공정위는 두 회사에 서류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기업결합에서 서류 보완 요청은 통상적 과정”이라며 “본래 기업결합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5월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이 합병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때 시장에서는 연내 합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12월에 접어든 지금까지 사전협의가 진행됨에 따라 연내 합병 성사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으로 읽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업결합 일정을 회사 차원에서 계획한 바는 없다”며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 심사와 더불어 두 회사 사이 합병 비율과 관련해서도 시장의 시각은 엇갈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업계 2위 사업자인 롯데컬처웍스에 메가박스중앙이 흡수합병되는 방식을 원하는 한편 콘텐트리중앙은 합작법인 지분을 동일하게 나눠 가지기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MOU 체결 당시 두 회사는 롯데컬처웍스의 모회사인 롯데쇼핑과 메가박스중앙의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이 합병 이후 존속회사를 동일한 지분으로 공동 지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 가운데 어느 회사가 존속법인이 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합작법인의 지분 분배와 관련해서는 입장 변화가 없다”며 “두 회사가 동일한 지분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에 시일이 걸리는 가운데 두 회사는 영화관 산업 침체 속에서 서로 다른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기업결합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달 말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여 체질을 개선하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단기 실적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극장 산업 자체가 힘든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받게 됐다”며 “일회성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단기적 비용보다는 장기적 사업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메가박스중앙은 지난달 말 모회사 콘텐트리중앙으로부터 단기차입금 160억 원을 차입했다. 9월에도 420억 원을 콘텐츠리중앙으로부터 차입한 바 있다. 이로써 두 회사 사이 금전대차 규모는 모두 1030억 원이 됐다. 메가박스중앙은 또한 지주사 중앙홀딩스로부터 7월 100억 원, 8월 430억 원을 차입했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주에서 계열사의 사업 영위를 위해 운영비를 지원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기업결합을 위해 공정위 심사와 더불어 외부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를 대상으로 4천억 원 규모 자금 유치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회사는 투자 유치 계획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최근 두 회사는 엇갈린 실적을 냈다. 롯데컬처웍스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278억 원, 영업이익 8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8.4% 줄어든 것이다. 투자배급작이 부진해 콘텐츠사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롯데컬처웍스는 설명했다.
메가박스중앙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784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4.3%, 영업이익은 219% 늘어난 것이다. 특히 3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익이 증가하며 흑자전환했다. 할리우드 영화와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흥행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3분기 국내 극장의 전체 관객 수는 327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줄었다. 이처럼 극장 산업 전반이 어려운 가운데 투자배급작의 흥행 여부와 국내외 사이트 운영 전략의 차이로 두 회사의 성적이 갈린 것으로 평가된다.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스크린 수는 1600개를 웃돌며 1위 사업자인 CGV의 1300여 개를 뛰어넘게 된다. 공정위는 이 합병의 파급효과를 고려해 사전협의 단계에서부터 소비자와 회원사(가맹점)에 미치는 영향, 경쟁제한 우려 등을 자세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전협의는 지난해 제도가 도입된 이후 대기업 기업결합에서 이루어지는 첫 번째 사례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정식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사전협의 단계”라며 “본심사에 들어가더라도 큰 건의 경우 1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결합 소요 기간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