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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반도체 산업정책 사실상 실패, 중국 의존 커지고 TSMC 유치도 미지수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5-11-20 15: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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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반도체 산업정책 사실상 실패, 중국 의존 커지고 TSMC 유치도 미지수
▲ TSMC, 보쉬, 인피니온, NXP의 유럽 반도체 합작법인 ESMC가 올해 8월 독일 드레스덴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 ESMC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이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기술을 보호하고 대만 TSMC를 유치해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꾸리려 했던 시도가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높은 중국 의존도와 규제 등 여러 약점이 드러나면서 반도체 산업정책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0일 논평을 통해 “유럽은 네덜란드 사태를 계기로 ‘위험을 과장’하던 성향을 되돌아보고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중국 자본에 인수된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기업 넥스페리아의 기술 보호를 위해 경영권 통제를 시도했다. 

넥스페리아는 와이퍼와 창문 조작 등 차량의 기본 작동에 필요한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전 세계 1위를 다투는 회사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9년 중국 윙테크에 인수됐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올해 9월30일 경영권 통제를 시도했고, 중국 정부는 10월4일 자국 내 위치한 넥스페리아 공장의 반도체 생산과 출하를 사실상 막으며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공급망을 위협했다. 

폴크스바겐과 볼보 등 유럽 완성차 업체는 넥스페리아 사태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이번 달 19일 넥스페리아 통제권을 윙테크에 다시 돌려주며 ‘백기’를 들었는데 중국 관영매체가 이번에 의기양양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두고 “반도체 공급망에 있어 중국과 단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유럽은 반도체를 설계하고 중국은 제조 공급망을 담당하는 구조를 인위적으로 해체하는 시도는 산업에 더 큰 피해만 입힐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네덜란드의 사실상 패배 선언은 유럽 반도체 산업정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을 끈다. 

유럽은 코로나19 시기에 공급망 차질 사태를 겪은 뒤 지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연합(EU) 이사회는 2022년 12월1일 430억 유로(약 72조7860억 원)의 공공 및 민간 투자로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기존 10%에서 2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유럽에 설립해 '반도체 독립'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 

실제 보쉬, 인피니온 등 현지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은 TSMC와 함께 100억 유로(약 17조 원)를 투자해 독일 드레스덴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ESMC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지난해 8월20일 기공식을 열었다.

EU 집행위원회와 독일 정부 등은 ESMC에 50억 유로(약 8조4580억 원)의 보조금을 쏟아 부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TSMC가 참여한 유럽 반도체 공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해외 공장의 빠른 성과와 달리 수렁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럽 반도체 산업정책 사실상 실패, 중국 의존 커지고 TSMC 유치도 미지수
▲ 중국 광둥성 동관시에 위치한 넥스페리아 공장의 폐쇄된 정문 앞으로 7일 전기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9일자 기사를 통해 유럽 시장의 폐쇄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TSMC 대만 협력사가 현지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TSMC 대만 공장에 가스 운반용 파이프를 납품하던 대만업체 퓨리틱은 드레스덴 공항 근처에 임대 사무실을 구하는 데 8개월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굼뜨고 복잡한 유럽 행정 절차와 환경 규제 등으로 반도체 협업사들이 사업장 설립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요컨대 EU가 지역 내에서 반도체를 만들자며 판을 깔고 해외 공급사를 모셔 오겠다며 선언했지만 제도 정비는 미흡해 진도가 나가지 않는 모양새다.

대만 협력사가 독일에 오지 못하면 TSMC 공장도 제때 건설될 리 없다. 반도체는 소재·부품·장비를 비롯해 수많은 분야의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대만의 화학과 장비 제조업체 네트워크가 얼마나 지원할지 여부에 TSMC 독일 공장의 준공 시기가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요컨대 EU의 강력한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에도 규제 완화와 같은 제도 정비가 세세하게 이뤄지지 않아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늦어지는 패착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TSMC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가 있는 미국 및 대만과 노동문화가 유사하고 지방정부가 적극 지원한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도체 공장 투자 성과를 거뒀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각각 공장을 운영한다. 

인텔도 2022년 3월 독일에 반도체 공장 신설을 추진했으나 경영난에 백지화하고 미국 투자에만 올인했는데 이 또한 유럽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꾸리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넥스페리아 사태가 이런 상황에 비관적 전망을 무게를 더한 셈이다. 결국 유럽은 중국이나 한국, 대만 등 반도체 경쟁력이 앞선 국가에 공급망을 계속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과 유럽은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협력을 제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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