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서울 압구정 개발 호재에 힘입어 각각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서울 압구정 개발 호재를 만났다.
서울의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의 개발이 본격화하면 일대 부동산을 보유한 두 회사의 자산 가치가 급등하리라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압구정 일대의 개발 계획에 속도가 붙으면서 현대백화점과 한화갤러리아 등 압구정 일대에서 사업을 펼치는 주요 유통 대기업에게도 수혜가 번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강남 재건축 최대 사업’으로 평가받는 ‘압구정3구역’과 관련해 대형 개발 호재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압구정3구역은 서울시가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어 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으로 전체 면적만 36만187.8㎡가 된다. 현대 1~7차, 10차, 13차, 14차 등 아파트 총 3946가구와 상가 등이 있다.
10월1일 열린 서울시 수권분과위원회 심의에서 압구정3구역 정비계획이 수정 가결됐다. 현재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해당 지역 개발계획에 따라 수혜를 온 몸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지에프홀딩스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압구정3구역에서 6514.2㎡(1974평) 규모의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금강쇼핑센터(1227평), 컬쳐파크(442평), 구상가•주구상가(304평) 등이다.
그룹이 해당 부지와 관련해 장부에 적어놓은 금액은 약 200억 원가량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이 자산의 가치가 향후 15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장부가액에 기록할 때 반영한 3.3㎡당 시세는 약 1013만 원인데 주변 공시지가만 보더라도 같은 규모에 8천만 원이 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압구정3구역에 있는 현대아파트의 경우 11월 기준으로 토지 3.3㎡당 가격이 최소 1억5천만 원, 평균 2억 원 안팎에 형성되어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면 현대백화점그룹이 보유한 자산 가치도 향후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장부에 200억 원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수년 안에는 3천억~4천억 원가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역시 이와 관련해 “회사가 가진 자산가치의 재부각을 기대한다”며 “추진 중인 회사의 임대수익 확대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할 전망”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실제 자산가치의 상승분이 현대지에프홀딩스 주가에 반영된다면
정지선 회장이 얻게 될 이득도 상당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 3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압구정동 한복판에 위치한 갤러리아명품관의 재건축이 가능해지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아명품관은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는 전국 백화점 5개 점포 가운데 가장 매출이 잘 나오는 백화점이다.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에루샤’ 브랜드가 모두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입점한 백화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장한 지 40년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잘 나가는 백화점’으로 보기 힘들지 않냐는 시선이 최근 수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갤러리아명품관은 웨스트와 이스트 등 2개 동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 공간이 매우 좁은 것으로 더 유명하다. 해당 매장의 영업면적은 2만7438㎡(8300평) 규모로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주요 경쟁 백화점의 30% 규모에 그친다.
| ▲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명품관의 재건축 예상 모습. <한화갤러리아> |
지은 지 워낙 오래 되다 보니 층고도 낮고 매장 통로도 좁다는 평가가 많다. 백화점업계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쇼핑몰 형태의 백화점으로 변신하는 데도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하주차장조차 없어 영업공간의 일부를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갤러리아명품관의 실정이다. 2023년과 2024년 등 2개년에 걸쳐 매출이 빠진 연매출 1조 원대 백화점은 갤러리아명품관이 유일했다.
한화갤러리아는 내부적으로 백화점사업 반등의 핵심 열쇠로 명품관 재건축을 꼽아왔는데 서울시가 9월 압구정 갤러리아명품관 신축사업과 함께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개발계획을 확정하면서 숨통이 트일 분위기다.
한화갤러리아는 이르면 2027년부터 명품관 재건축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영업면적은 기존의 2배 이상인 5만9504㎡(1만8천 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백화점과 본격적으로 어깨를 겨뤄볼 수 있는 수준으로 재개장하게 되는 것이다.
백화점사업의 반등을 놓고 그동안 뾰족한 수를 못 냈던
김동선 부사장으로서도 압구정 재개발은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김 부사장은 한동안 한화그룹 밖에 있다가 최근 3년 사이 경영수업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 유독 한화갤러리아의 본업과 관련해 역량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당장에는 한화갤러리아가 짊어져야 할 부담도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명품관 재건축 사업에 들여야 하는 돈만 1조 원가량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잘 나가고 있던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 사업을 매물로 내놓은 것 역시 이런 사정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