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아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가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본격화된 2024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이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는 배터리 시장 성장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3조 원 가량의 대규모 증설 투자를 단행했으나, 현재까지는 신규 공급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이상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급성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분리막 시장을 중심으로 실적 반등을 모색한다. <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그룹은 적자를 이어가는 배터리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으로, 지난해부터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SKIET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업황 악화로 1년 반이 넘도록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상민 SKIET 대표이사 사장은 기업가치 회복을 위한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 놓였다.
1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장이 배터리 소재 탈중국화 흐름을 타고 세계 ESS 시장에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최근 회사 지분 61.2%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은 SK온과 SK엔텀, SK트레이딩, SK엔무브를 합병하는 등 배터리 사업 체질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는 비핵심 사업을 차례로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SKIET도 작년 상반기부터 매각을 추진해왔다.
SKIET는 이차전지용 분리막 생산을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IT기기와 ESS 배터리용 분리막도 공급하고 있다.
다만 2024년부터 시작된 전기차 캐즘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회사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6483억 원, 영업이익 501억 원을 기록했으나 다음해인 2024년에는 매출 2179억 원, 영업손실 291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200억 원, 영업손실 1706억 원을 거두며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IET가 2026년 매출 3888억 원, 영업손실 90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까지 3년 연속 적자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ESS 배터리용 분리막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ESS용 배터리 소재 관련 중국산 제품 규제 강화로 탈중국화 흐름이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SKIET는 올해 초부터 국내 배터리 업체를 대상으로 소형 ESS 배터리용 분리막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내년부터 진행되는 가정용 ESS 배터리 분리막 신규 계약을 수주했으며, 다수의 북미 ESS 기업들과 대규모 프로젝트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을 금지된외국단체(PFE)로 지정하며 중장기적 반사 수혜도 기대된다. 미국은 내년부터 ESS 원가 비중 가운데 중국산 제품이 40%를 넘기면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제한하는 등 비중국 제품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비중국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다.
▲ SKIET의 폴란드 실롱스크 배터리 분리막 공장 전경. < SKIET >
SKIET 폴란드 2~4공장이 내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을 앞두고 있어, 생산 능력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2~4공장이 완공된다면 현재 14.8억㎡ 수준의 생산능력이 27억㎡까지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공장 증설로 유럽 전기차 기업 대상 공급 계약도 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럽 전기차 기업들은 외부 규제로부터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역내 생산 거점을 구축한 기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한 시제품을 여러 업체에 공급하며 계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부터 신규 전기차 배터리용 분리막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회사는 그동안 원통형·파우치형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만 공급하고 있었으나, 올해 2월 각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분리막 공급 계약도 따내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회사는 지난해까지 매출 비중 가운데 70%를 계열사 SK온에 의존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IET 지분 매각에 나서기 위해서는 내부 거래 의존도를 과반 이하로 낮추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요 배터리셀 기업들이 전기차 생산라인을 ESS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서 ESS 신규 수주 확보가 실적 개선의 핵심이 될 전망”이라며 “다만 단기간 내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흑자 전환 시점은 2027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