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화웨이가 반도체 소재와 장비, 소프트웨어 등 업체에 직접 투자하며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산업 경쟁력을 기초부터 키워 미국에 맞서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인공지능 박람회에 참가한 화웨이 전시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위해 소재와 장비 협력사에 직접 자금을 투자하는 사례를 늘리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전기차 산업 육성의 성공 사례를 재현하는 한편 미국의 기술 규제를 무력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19일 “화웨이 협력사들이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공급망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장 및 인수합병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규제 강화에 맞서 자체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른 국가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앞세웠다.
특히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필수적인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및 양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에 힘이 실렸다.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1위 기업인 화웨이는 최근 선전에서 열린 기술 박람회 차이나하이테크페어에 참가해 직접 개발한 ‘어센드’ 반도체 기반의 인공지능 서버 제품을 선보였다.
닛케이아시아는 “화웨이 서버는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경쟁사와 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화웨이는 자사 제품이 세계 최고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이전까지 인공지능 반도체 자체 개발 및 생산 성과와 관련해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기술 규제 강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현지 기업들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해외 업체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입을 자제하고 자국산 제품 구매를 독려하기 시작한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정책에 화웨이는 내수시장 고객사 기반을 확대하며 가장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담당자는 닛케이아시아에 “미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규제로 중국은 자체 기술 개발이 필요해졌다”며 “이런 노력은 화웨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본격적 규제를 받기 시작한 2019년 이래로 자국 내 공급망 수직계열화에 주력해 왔다는 데 주목했다.
현재까지 화웨이가 투자 자회사를 통해 자금을 지원해 온 협력사는 60곳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긴밀한 기술 협력으로 화웨이의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및 양산을 돕고 있다.
| ▲ 화웨이 자체 설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센터용 제품. <연합뉴스> |
닛케이아시아는 화웨이에서 지분 투자를 받아 인수합병과 설비 구축에 지출을 늘리고 있는 중국 소재기업 HHCK와 부품업체 베르틸리테를 예시로 들었다.
포토레지스트와 반도체 장비 배관, 전자설계 자동화(EDA) 도구를 공급하는 협력사들도 화웨이와 협력 관계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EDA는 미국 정부에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수출 규제를 적용했던 대표적 기술이다.
화웨이의 공급망 수직계열화 및 협력사 지원 확대는 미국의 기술 규제 강화에 대응하려는 목적을 분명히 반영하고 있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중국은 10월 발표한 주요 산업의 중장기 육성 계획에 맞춰 2030년까지 인공지능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지원을 강화할 계획을 두고 있다.
자연히 인공지능 반도체 대표 기업인 화웨이의 공급망 수직계열화 목표 달성에도 적극 도움을 주려 할 공산이 크다.
기초 소재와 부품, 장비 공급망을 강화해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급체제를 구축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의 성공 방식과 유사하다.
중국은 전기차 산업 육성 초기부터 자국 내 다양한 기업들이 기초 공급망을 육성해 수직계열화를 달성하는 데 기여해 왔고 이는 결국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재현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와 AMD 등 자국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규제를 무기로 삼아 중국을 압박하며 무역 협상 등에 우위를 지키려 하고 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자급체제를 완성한다면 미국 정부의 이러한 전략도 무력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적 목표 달성에 선봉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은 화웨이 중심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며 “자체적으로 기술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