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국내 의료 인공지능 업체로는 루닛과 뷰노가 투톱으로 꼽혀왔는데 최근에는 루닛이 앞서고 있는 분위기다.
뷰노는 국내에서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한 반면 루닛은 당시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확장 노선을 선택했다.
실제 뷰노와 루닛은 2023년까지 비슷한 매출 규모를 보였지만 2024년 뷰노 매출은 259억 원, 루닛 매출은 542억 원으로 차이가 명확해졌다.
▲ 루닛이 2023년 12월 볼파라 인수를 결정한 이후 데이터 확보와 함께 미국 판매망을 확보하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오른쪽)가 10월30일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 정상회의' 공식 전시관에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암 진단 설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루닛>
루닛은 2023년 12월 뉴질랜드 의료AI기업 볼파라 주식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하고 2024년 5월 인수를 마무리했다.
당시 루닛은 2525억 원을 투입해 볼파라 지분을 인수했다. 이는 인수 당시 루닛 총자산(971억 원)의 약 2.6배에 달하는 규모로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루닛은 1년여 만에 두 브랜드 통합 과정을 거쳐 최근 볼파라 브랜드를 ‘루닛’으로 일원화했다. 뉴질랜드에 본사를 둔 볼파라 모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스’는 ‘루닛 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변경하고, 볼파라 미국 자회사로서 북미 사업을 담당하던 ‘볼파라 헬스’는 ‘루닛 아메리카’가 돼 북미 및 중남미 세일즈를 담당하게 됐다.
루닛은 연구개발·데이터 관리·영업망 등 전 부문을 통합 운영하게 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 체계를 완성했다.
하지만 빠른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서 대표로서는 루닛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볼파라 인수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루닛은 2024년 볼파라를 인수하면서 연 매출 542억 원으로 덩치를 키웠지만 영업손실 규모도 677억 원에 이르며 2배 이상 적자가 확대됐다.
누적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볼파라 지분 인수 등으로 부채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수익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루닛의 2025년 상반기 부채비율은 191.1%로 지난해 말 163.9%와 비교해 17.2%포인트 확대됐다.
루닛는 최근 전체 인력의 10~15%를 감축하는 권고사직을 단행했다.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인력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루닛은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고마진 제품 중심 매출 구조 재편으로 2027년에는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루닛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가 1년 전보다 축소되면서 매출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인력 조정을 포함한 인력 재배치를 통해 비용 효율성을 높여 2027년 손익분기점 달성에 큰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