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주택사업 수주잔고가 급감하고 있다.
최치훈 사장이 최근 2년 동안 국내 주택시장에 명맥만 이어가는 수준으로 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택사업 철수설이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는데 최 사장은 올해 들어 다시 신규수주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놓는 등 철수설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주택사업 수주잔고 급감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최근 2년 동안 주택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선 탓에 수주잔고가 급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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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 31조626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15년 말과 비교해 수주잔량이 8조4610억 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특히 주택부문의 수주잔고 감소가 눈에 띈다. 주택부문 수주잔고는 2015년 말 13조29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0조1860억 원으로 21.8% 줄었다. 주택부문 수주잔고의 감소량은 전체 수주잔고 감소분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국내 주택시장에서 강자의 입지를 다져왔다. 국가고객만족도(NCSI)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아파트브랜드 ‘래미안’은 지난해까지 19년 연속으로 아파트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2015년부터 제일모직과 합병 등을 추진하는 등 대외적인 부문에 역량을 쏟으면서 아파트분양에 소극적으로 나섰다.
삼성물산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1만512가구, 1만187가구를 분양했다. 2년 연속으로 1만 가구 이상을 공급한 것이지만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등 다른 경쟁건설사와 비교했을 때 분양물량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2015년부터 2년 동안 주택시장의 호황을 타고 분양물량을 2014년보다 최소 2배가량 늘렸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주택부문에서 모두 8280억 원 규모의 일감을 새로 확보했다. 이는 2015년과 비교해 주택부문의 신규수주가 반토막난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삼성물산이 앞으로 주택사업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인 뒤 사업에서 아예 손을 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이른바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철수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다.
◆ 최치훈, 철수설 잠재우기 나서
최치훈 사장은 주택사업 철수설을 일축하고 있다.
최 사장은 지난해 11월 ‘건설업계 CEO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앞으로도 주택사업을 잘 하겠다”며 주택사업 포기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다시 국내 신규수주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전국 6개 단지에 모두 9017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수주잔고의 하락세를 방어하기 위해 서울 반포와 강남역 주변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되는 아파트의 수주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분양계획이나 수주계획 등을 놓고 볼 때 삼성물산은 앞으로도 계속 주택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최근 수주가 부진했던 것은 기존에 따놓은 일감을 관리하는 차원이었을 뿐이지 철수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점진적으로 주택사업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은 여전하다.
삼성물산은 2014년 12월에 주택사업부를 빌딩사업부에 통합했고 지난해 9월에는 주택사업본부를 팀 단위로 축소했다.
삼성물산 인력 등을 감안해 급작스럽게 주택사업에서 철수하기보다 점진적으로 그 비중을 줄이는 방향을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에 따라 지주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주택사업 철수설이 반복해 나오는 이유로 꼽힌다.
지주사의 경우 사업의 규모보다 실적의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된다. 주택경기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시장의 반응에 따라 급격하게 요동치는 경향이 있어 삼성물산이 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