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2023년 5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법적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도덕적 책임이 있는 한 그룹의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주식 매각대금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회장직도 내려놓겠다.”
2023년 5월, SG(소시에테제네럴)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김익래 당시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회장직에서 사퇴하며 한 이야기다.
SG(소시에테제네럴)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는 2023년 4월24일 SG증권을 창구로 8개 종목의 대량 매물이 쏟아지면서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한 사건으로, 김 전 회장은 주가 급락 2거래일 전 그룹의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이자 위 8개 종목 가운데 하나인 다우데이터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키움증권은 김 회장의 사퇴 이후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의 의지를 명확하게 내보였다. 2023년 5월18일 키움증권 이사회는 이군희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2000년 키움증권 설립 이후 최초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문제는 최근 이와같은 이사회 구조에 다시 한 번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6월
김익래 전 회장의 아들인 김동준 키움증권 사장과 이현 다우키움그룹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사외이사가 의장에 선임된지 2년 만에 다시 오너인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키움증권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관련해 다시 한 번 논란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 이사회 구성 숫자와 ESG기준원 권고사항 대부분 충족, '외형'은 확실히 갖췄다
키움증권 2025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키움증권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사외이사 비율은 약 57%다.
경쟁사인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과는 구성비가 같으며 한국투자증권(62.5%), NH투자증권(67%)보다는 낮은 수치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구성의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실질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사회 산하에는 감사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에는 사외이사만 참여한다.
한국ESG연구원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키움증권은 이를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사내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때 권고사항인 '선임사외이사'의 선임 역시 확실하게 준수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사내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을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 의장의 권한을 견제하고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취합·대표할 장치를 두라는 취지다.
금융투자협회 지배구조 공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해 3월 이현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박성수 사외이사를 선임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동준 사장을 공동 의장으로 선임할 때도 박성수 사외이사의 선임사외이사직은 유지됐다.
키움증권은 한국ESG기준원이 권고하고 있는 사외이사들만의 별도 회의도 따로 열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별도로 사외이사회의 개최를 공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규에 사외이사회의를 연다고 명시돼있다"고 설명했다.
◆ 사추위 따로 없고 임추위에서 사외이사도 추천, 임추위에는 부회장이 참여
문제는 이사회 운영의 실질적 측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보완점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따로 두지 않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추천까지 맡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특히 대규모 상장법인의 경우에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의 설치를 권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는 사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이현 부회장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역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사추위가 아니라 임추위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있는 키움증권의 구조, 그리고 이현 부회장이 사내이사이면서 동시에
김익래 전 회장과 함께 키움증권을 창립한 창업 공신이라는 점을 살피면 사실상 사내이사의, 그리고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사외이사 선임에 반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김동준의 부상과 빠른 의장 선임, 남은 책무는 ‘거버넌스 복원’
김동준 사장은 1984년생으로 오너 2세다. 미국 USC 회계학과와 코넬대 MBA를 거쳤으며 삼일회계법인 근무 경력을 갖고 있다.
2025년 3월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한 뒤 약 3개월 만에 공동 의장에 오르면서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는 김동준 사장이 이현 부회장과 함께 이사회 공동 의장에 오르면서, 투명성 측면의 약점이 다시 부각됐다는 것이다.
사추위를 별도로 두지 않고 임추위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구조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구조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임추위에 참가하고 있는 ‘창업공신’인 이현 부회장의 존재 때문에 약점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키움증권은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두고 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역시 선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법개정안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지배구조 투명성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키움증권이 해결해야 할 지배구조 문제가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김동준 사내이사는 회계학 학사, 경영학 석사 및 회계법인 근무경력을 가진 전문가로 글로벌 사업 및 내부통제 등 리스크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라며 "이현 사내이사는 당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으며, 금융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쌓은 지식 및 노하우를 토대로 규제, 환경 변화와 시장경쟁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