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성공 이끈 김영준 왜 배터리 소재로 눈 돌렸나, 지어소프트는 리테일 IT에 강한데]() 
 | ▲ 김영준 지어소프트 총괄경영대표.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김영준 지어소프트 총괄경영대표가 유통과 IT를 기반으로 한 리테일 사업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에는 2차전지용 니켈도금강판 전문 계열사 ‘지어솔루션’을 설립하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TCC스틸을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이 사업은 현재까지 계획 단계에서 머무른 채 실제 가동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의 신성장동력 발굴 노력은 2차전지 소재뿐 아니라 AI 리테일 시스템 개발과 티몬 인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나 가시화된 사업은 없다.
이를 두고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앞서 ‘본연의 강점’을 돌아볼 시점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 엔지니어링 경험으로 도전한 ‘배터리 소재사업’, 착공은 지연되고 시장은 불확실하다
김 대표가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여러 제약에 부딪히면서 사실상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업 추진을 위해 지어소프트의 150억 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했고, 여기에 사재를 포함한 자본금 100억 원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용 니켈도금강판을 생산해 LT정밀과 동원시스템즈 등 캔 성형업체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배터리업체까지 공급망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소재의 주요 원료를 포스코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어 TCC스틸 외에는 원료 조달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대구 공장 착공은 미뤄졌고 사업은 사실상 현재까지 멈춰있는 상태다. 설립 2년이 지난 올해 상반기 기준 지어솔루션의 매출은 ‘0’으로 집계됐다.
김 대표가 IT와 리테일 기반의 사업에서 벗어나 제조업 중심의 배터리 소재 시장에 뛰어든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오아시스가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리테일·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을 비롯한 대형 경쟁사의 속도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지역 기반 리테일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완전히 새로운 성장 축을 모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그가 시스템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에서 제조업 사업 진출에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반도체나 기계 등의 소재인 진공펌프 제조업체 라이볼드코리아의 시스템사업부 팀장을 지냈다. 그 뒤  솔루션인터내셔널 대표와 한국산업기술평가원 기술심사위원,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거쳐 2011년 오아시스를 창립했다.
이후 연결기준 매출이 2015년 193억 원에서 2021년 3570억 원까지 19배 가까이 늘어나며 빠르게 성장했다.
오아시스의 경쟁력은 조합 기반의 안정적 고객 확보와 지역 신선식품 특화, IT물류 시스템을 통한 신선식품 효율적 배송 등에 있다.
지어소프트 관계자는 “지어솔루션이 2차전지 소재를 신사업으로 염두에 두고 부지 매입까지 진행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사업 추진 여건이 여의치 않아 현재는 보류 상태고 구체화된 사업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리테일 DNA 가진 지어소프트 ‘제조업’과 전략적 간극 있다, 본연의 강점을 찾아야 할 때
문제는 이 사업이 지어소프트의 핵심 역량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리테일 중심 그룹이 제조업에 진입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타당한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아시스와 지어소프트의 경쟁력은 ‘유통’과 ‘IT기반 시스템’에 있는데, 제조업은 전혀 다른 공정구조와 자본 규모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리테일은 고객 접점과 배송경험, IT기반 재고관리 효율성이 핵심 경쟁력이다. 반면 제조업은 제품 자체의 기술과 품질, 안정적 생산공정이 성패를 좌우한다.
수익구조에서도 두 사업의 차이는 뚜렷하다. 리테일은 주문 단위로 변동비가 발생하고 매출 회전 속도가 빠르지만 재고와 배송비 관리가 수익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제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생산능력 확보가 선행돼야 하며 고정비를 얼마나 분산시켜 원가를 낮추느냐가 관건이다. 
현금흐름 구조에서도 구조적 차이가 있다. 
리테일은 거래가 수시로 발생해 현금 회전이 빠르지만, 제조업은 원재료와 설비투자에 자금이 묶이고 납품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때 김 대표는 “엔지니어의 감각으로 신성장 산업을 주도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착공 지연과 불투명한 시장 진입으로 이어졌다.
지어소프트는 이제 또 한 번의 선택 앞에 서 있다. 티몬의 불확실성과 2차전지 소재 사업의 답보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종합 이커머스’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본업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IT·데이터 중심의 신사업 발굴이 전략적으로 더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어소프트가 꿈꾼 ‘제2의 성장 축’은 아직 현실이 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다시 정의하고 활용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