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K스포츠 사업을 명목으로 SK그룹에 80억원을 요구하면서 돈을 받을 창구까지 직접 지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헌영 K스포츠 과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이 “최씨가 SK그룹의 K스포츠재단 지원 예산 가운데 해외전지훈련 예산을 비덱으로 지원해달라고 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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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는 모습. |
박 과장에 따르면 최씨는 SK그룹에 80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이 가운데 50억 원(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은 독일에 있는 비덱스포츠로 따로 지원하게 해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SK그룹은 전지훈련 예산으로 50억 원은 너무 많다며 2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비덱스포츠는 독일에 있는 최씨 소유의 매니지먼트 회사로 페이퍼컴퍼니다.
박 과장은 “(SK그룹에서 비덱스포츠로 송금하는데 난색을 표했다고 전하자) 최씨가 'SK가 좀 까다롭게 군다, 기다려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며 “또 20억 원은 너무 짜지 않냐며 30억 원 정도 이야기를 해보라고 해서 SK 임원에게 전화를 해서 30억 원으로 다시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최씨가 K스포츠의 자회사를 만들어 돈을 빼돌리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박 과장은 “최씨가 지난해 4∼5월경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과 표면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서 용역을 주고받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재단의 자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자회사 설립 목적을 놓고 “최씨가 돈을 빼내려고 한 것이냐”고 묻자 박 과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K스포츠의 자회사는 실제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박 과장은 “자회사 설립을 법리적으로 검토하려 했으나 유야무야 돼 실제 만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