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상 최종 합의 지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공급망 리스크 확대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각 기업들은 연말인사를 예년보다 서둘러 단행하며 조직을 쇄신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올해 연말인사의 흐름과 주요 포인트를 짚어보고, 이러한 변화가 위기 국면을 돌파할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들여다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삼성전자 노태문 포함 '3인 부회장' 체제 복귀하나,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여부 주목
② CJ그룹 이재현 시선 '글로벌'에 꽂혔다, '안정 속 변화'로 성장엔진 고삐 죈다
③ SK그룹 신상필벌 기조 선명해지나, 하이닉스 곽노정·텔레콤 유영상 변화 주목
④ ‘허태수 시대’ GS그룹 실적 부진에 올해 인사 대격변 나올까, 오너4세 후계구도 오리무중
⑤ KB금융 계열사 CEO 절반이 임기만료, 양종희 3년차 인사도 ‘변화’에 방점 찍나
⑥ 구광모 LG그룹 세대교체 단행하나, 오랜 침체 극복할 '인재 수혈'에 방점 찍을 듯
⑦ 신동빈 변화의 고삐 또 죄나, 롯데그룹 화학·유통 대거 쇄신 가능성 솔솔
⑧ ‘극과 극’ 보여준 신한금융 진옥동, 자회사 CEO 드림팀 향한 신뢰 이어갈까
⑨ 포스코그룹 인사 키워드는 '안전'과 '내실', 소폭 변화 속 그룹 안전 컨트롤타워 강화 주목
⑩ 정부 출범 5개월 공기업 리더십 부재 장기화, ‘통폐합’ ‘조직개편’에 사장 인사 안갯속
▲ 포스코그룹 임원인사는 안전과 내실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그룹이 올해 12월로 예상되는 연말 사장단과 임원 인사에서 ‘안전’과 ‘내실’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인사로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물갈이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올해는 각 계열사의 실적 반등, 미래 사업 추진 연속성 등을 고려해 인사 규모를 소폭으로 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산업재해 사고가 잇따른 포스코그룹이 새로 설립할 안전진단 자회사의 초대 수장을 맡을 인물과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4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올 연말 임원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싣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사업장에서 발생한 다수의 산업재해로 사회적 비판이 거세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선언했다.
장인화 회장도 공개 석상에서 이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올해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큰 폭의 변화보다는 산업현장의 안전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홀딩스>
그룹은 ‘그룹 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 '안전혁신·미래전략 자문위원회' 등의 조직을 출범시키고, 안전 컨설팅 회사들인 SGS·DSS+ 등과 안전 관리 체계 혁신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안전 관리 쇄신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실시한 인사로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그룹안전특별진단TF 팀장에게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를 겸직시키고, 이동호 포스코 안전부소장도 포스코이앤씨 임원으로 발령하는 등 안전 강화를 위한 임원인사는 일단락된 분위기다.
재계는 포스코그룹의 앞으로 안전 컨트롤타워가 될 안전 전문 자회사의 수장 인선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룹은 현재 이 자회사의 사장 후보를 내정한 상태로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유독 안전 문제가 두드러지긴 했지만, 철강·2차전지 소재 등 포스코그룹의 쌍두마차의 업황 악화 위기는 여전하다.
장 회장은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내세워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등의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도 지난 8월 선임된 만큼 이들이 창출할 성과를 한번 더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사업법인 포스코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상반기 영업이익 1조1204억 원을 내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미국의 수입산 철강 관세부과, 환율 안정화 등 악재 속에서도 설비가동률·제품 판매량을 반등시킨 이희근 대표의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회사는 앞으로도 연속압연 전환 기술 개발·저효율 설비 폐쇄, 원료비 감축 등의 원가절감 방안을 추진하면서, 미국 전기로 합작투자, 극저온용 고망간강 사업 확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의 굵직한 현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전보다 각각 26.7%, 55.9% 감소했다. 하지만 3분기 실적은 광양 전구체 공장의 본격 가동에 따른 양극재 판매 증가로 25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는 신규 울트라하이니켈·고전압미드니켈, 리튬인산철(LFP), 리튬·망간·리치(LMR) 등의 화학적조성(케미스트리) 신제품 양극재를 개발하고, 사업 영역을 전구체 생산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탈중국 공급망’ 정책이 추진되면서 음극재 사업이 대량 수주에 성공하는 등 엄기천 사장이 내실을 착실히 다지고 있는 모양새다.
▲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인터내셔널>
재계는 전임 최정우 회장 재임 시기에 선임된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 말 발탁된 이계인 사장의 재임 기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대외 변수 불확실성에도 안정적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계인 사장 부임 첫 해인 2024년 회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1169억 원으로 1년전보다 4.0% 줄었지만, 2025년도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1조1513억 원으로 반등이 예상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최종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LNG 운송 송유관 구축에 포스코그룹의 철강재 사용을 조건으로 걸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사활이 달린 문제다.
또 2030년 완성을 목표로 연간 전기차 750만 대 분량의 구동모터코아 생산체제 구축, 해외 자동차기업 납품 추진 등의 과제도 이계인 사장의 핵심 추진 사항이다.
핵심 사업의 재도약 시점을 기다리고 있는 장 회장은 그룹 주력 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인사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장기화된 철강 사업의 업황 악화와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의 일시적 수요침체 속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장인화 회장 취임 직후 2024~2025년까지 비핵심사업 126개를 정리해 2조10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하는 사업 구조조정 계획은 막바지 단계로 가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약 절반에 가까운 56건을 정리해 현금 1조 원을 창출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