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일 차백신연구소 대표이사(사진)가 22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재무적 턴어라운드는 2027년이지만 차백신연구소 턴어라운드의 출발점은 바로 지금이다.”
한성일 차백신연구소 대표이사는 22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 중심의 조직 혁신과 글로벌 협력 강화를 통한 성과 창출 의지를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한성일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회사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 방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자리였다.
한 대표는 “2025년은 실행력과 확장이 동시에 가시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팬데믹 이후 백신 산업이 투자 위축과 경쟁 심화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실행력’ 중심의 백신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회사 설립 이후 25년간 경영을 맡았던 염정선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올해 8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화이자에서 2002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재직하는 동안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 ‘아브리스보’, 면역질환 치료제 ‘시빈코’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을 받아 상업화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HCMV gB(인체 거대세포바이러스 당단백질 B) 백신, CDI(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 백신 등 다수의 감염병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그가 취임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기. 차백신연구소는 2021년 10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2027년부터 상장 유지 요건으로 매출 50억 원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상장 당시 기술이전을 통해 2023년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직까지도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79억 원을 냈고, 올해 반기도 영업손실 54억 원을 거뒀다. 기술이전계약도 2021년 2월 애스톤사이언스에 면역증강제 마일스톤향 2031억 원 규모 수출이 마지막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대표는 기술력을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까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차백신연구소는 사업성이 높은 핵심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대상포진 백신·동물 면역항암제·일본뇌염 백신’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 차백신연구소는 대상포진 백신과 동물항암제, 일본뇌염 백신 3축을 중심으로 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차백신연구소> |
15일 임상2상 시험계획을 신청한 대상포진 예방백신 후보물질인 ‘CVI-VZV-001’은 차백신연구소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파이프라인이다. 여러 기업들과 대상포진 예방백신의 공동개발 또는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며 2026년 임상2상을 기점으로 기술이전(Out-licencing)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동물 면역항암제 ‘CVI-CT-002’는 차백신연구소 파이프라인 가운데 가장 먼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차백신연구소는 적응증 확장과 라이선스 아웃 병행하고 있으며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 재조합 일본뇌염 백신 ‘CVI-JEV-001’은 ‘세계 최초 개발’을 목표한다. 일본뇌염은 현재 치료제가 없고 예방 백신만 존재하는 만큼 회사의 기대감이 높다.
가장 임상 단계가 앞서 있던 B형간염 백신은 우선순위에서는 다소 밀렸지만, 개발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한 대표는 “제한된 자원을 고려해 전략적 우선순위를 조정한 결과일 뿐, B형간염 백신 개발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시영 사업개발본부장은 “B형 간염 백신은 국내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상 포진 예방 백신은 국내 시장 규모가 상당히 크고 현재 GSK의 싱그리스가 독점하고 있다. 글로벌 개발 현황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도 신규 후보물질의 상업화 가능성이 없어, 국내에서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면역증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도 지속한다. 차백신연구소는 EPI(감염병혁신연합)의 ‘면역증강제 라이브러리’에 선정돼되면서자체 개발한 '리포-팜'을 전세계 백신 기업 및 연구기관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리포-팜이 백신 개발에 적용돼 효과가 확인되면, 글로벌 파트너십 및 기술이전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백신연구소는 기술 수출 성과를 내기 위해 국가별 맞춤형 전략도 세웠다.
정 본부장은 “유럽은 기술을 도입해 직접 개발하려는 수요가 큰 반면, 중동과 남미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백신이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부 주도로 ‘우리도 기술을 직접 확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졌다”며 “현지 생산 및 해당 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시간이다. 현재 차백신연구소 가장 빠른 제품 매출 발생 시기는 2027년이다. 그전까지는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등을 통해 매출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장 유지 요건 충족을 위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대표는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방향이 맞지 않는 사업은 축소하고, AI를 활용해 연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감염병에 영향을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 항암 백신 등 개발에 집중해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