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닷컴이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D동에서 여는 오프라인 페스타 ‘미지엄’ 외관.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온라인몰 SSG닷컴이 오프라인 세상으로 나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연 것인데 이는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플랫폼으로 출발한 지 거의 12년 만에 처음이다.
SSG닷컴은 이번 행사를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력한 지점은 바로 ‘프리미엄 그로서리(식료품)·뷰티 플랫폼’이라는 지향점을 부각한 것이었다.
이커머스 시장이 사실상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체제로 굳어진 가운데 이들과 다른 모습만이 플랫폼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판단이 녹아든 모습이었다.
15일 서울 성수동에 있는 문화공간 에스팩토리D동에서 열린 SSG닷컴의 오프라인 행사 ‘美지엄(미지엄)’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공간은 바로 1층에 마련된 ‘딜라이트존’이었다.
‘딜라이트존’은 SSG닷컴의 대표 식품 브랜드와 식재료를 둘러볼 수 있게 조성한 공간이다.
CJ제일제당과 농심, 풀무원과 같은 주요 식음료 기업의 대형 부스는 규모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특히 글로벌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의 한 장면을 부스 안에 큼지막하게 배치한 농심 부스에는 이벤트에 참여해 선물을 받으려는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 ‘미지엄’ 내부 1층에는 SSG닷컴의 대표 식품 브랜드와 식재료를 둘러볼 수 있게 조성한 공간 ‘딜라이트존’(사진)이 마련되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눈길을 사로잡은 지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다른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유명 맛집의 제품들이 행사에 간편식으로 나와 있었다.
서울 삼성동의 곱창전골 맛집 ‘중앙해장’뿐만 아니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고급 한우 다이닝 식당 ‘조우’, 미쉐린가이드서울2026에 선정된 서울 신당시장 맛집 ‘고사리익스프레스’ 등이 발길을 사로잡았다.
이 식당들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중앙해장’만 하더라도 저녁에 방문하면 최소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고사리익스프레스 역시 협소한 매장 공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비건 음식을 맛보려는 이들로 오픈런이 끊이지 않는다.
SSG닷컴은 오랜 노력 끝에 이들의 대표 메뉴를 SSG닷컴 단독 상품으로 내놓고 판매하고 있다. 판매 채널을 넓히려는 식당과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상품을 선보이자는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미 이런 단독 상품 출시 소식을 알음알음 접한 소비자들은 SSG닷컴에서 구매 후기를 통해 “중앙해장이 간편식으로 나오다니 감동이다”, “간편식이라 기대를 덜 했는데 매장에서 먹는 것과 흡사한 맛을 내는 데다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어 좋다” 등의 긍정적 평가를 쏟아냈다.
▲ ‘미지엄’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고메스트리트 바이 셰프컬렉션’이 있다. 이 곳에서는 유명 셰프들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 외에도 식품 관련 공간에서는 김도윤 셰프, 최지형 셰프, 남준영 셰프, 김건 셰프 등 스타 셰프의 쿠킹 토크쇼와 요리 시연 행사도 열린다.
냉동김밥 전문 브랜드인 ‘바바김밥’도 딜라이트존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바바김밥은 총 20여 상품군 가운데 SSG닷컴에서 3가지 단독 상품을 판다. 그 가운데 최근 출시한 ‘곤약톳두부김밥’은 SSG닷컴에서 판매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효자상품이라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SSG닷컴 영업본부장이 행사 부스에 찾아와 바바김밥 관계자에게 “입점해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제품”이라고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3층에 마련된 ‘스위트존’은 디저트와 커피가 어우러진 체험 공간이라는 콘셉트에 부합하듯 여성 고객들로 가득했다.
스타벅스가 30일 출시할 새 디저트 2종을 선보인 공간을 지나가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와 벤슨의 대형 부스가 차례대로 나온다.
왼편에는 서울 익선동 대체커피 카페로 명성을 얻은 ‘산스’도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산스는 신세계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시그나이트가 7월 투자한 곳으로도 유명한데 원두 없이 커피의 맛과 향을 유사하게 구현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브랜드다.
▲ 원두 없는 커피로 유명한 서울 익선동 대체커피 카페 ‘산스’도 ‘미지엄’에 부스 하나를 꾸렸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밖에도 경기 남양주에 있는 어썸브레드팬트리점의 메인 셰프인 박준서명장의 베이커리, 서울 성수동 베이글 맛집 ‘한입베이글’ 등도 스위트존 입구에 자리를 잡고 고객들을 맞이했다.
박준서명장 관계자는 “신세계푸드와 협업해 오늘부터 SSG닷컴 단독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을 SSG닷컴을 통해 고객들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3층 안쪽으로 들어가면 랑콤과 이스티로더, SK-Ⅱ, 바이레도, 아모레퍼시픽 등 여러 화장품 브랜드가 참여한 ‘뷰티오브SSG’이라는 공간도 둘러볼 수 있다.
옥상 공간에도 여러 부스가 마련돼 있다. 공연과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미지엄스테이지’가 꾸려졌는데 16일부터 여러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린다.
SSG닷컴이 강조한 공간도 있다. 바로 2층에 마련한 ‘이마트몰 신선 라운지’다. SSG닷컴에서 이마트 상품을 파는 것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판단 아래 이마트에서 파는 상품을 그대로 SSG닷컴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공간으로 꾸며 놨다.
SSG닷컴이 이번 행사를 기획한 주된 목적은 플랫폼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 ‘미지엄’ 4층에는 공연과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이 2014년 1월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합쳐 선보인 플랫폼이다. 점차 영향력이 커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었지만 법인을 통합하지 않고 사업 주체가 나뉘어 있던 탓에 결합 효과를 내기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신세계그룹은 2019년 3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각각 떼어 내 통합한 신설법인 SSG닷컴을 출범하면 본격적인 영향력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5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SSG닷컴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쿠팡과 네이버에 이어 이커머스 시장의 3강 체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걸었지만 자랑할 만한 성적표는 받지 못했다.
사실상 오프라인 유통 강자의 힘을 온라인에서도 보여주겠다는 신세계그룹의 목표가 좌최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SSG닷컴은 차별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를 추격하기 위한 경쟁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엄선한 제품만 판매한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 ‘미지엄’ 2층에는 이마트몰 상품을 SSG닷컴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실제로 SSG닷컴은 플랫폼 안에 유명 셰프와 협업한 제품을 단독 판매하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구매하기 힘든 브랜드를 여럿 유치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미식관’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이 SSG닷컴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SSG닷컴은 2024년 3월 프리미엄 그로서리를 내세운 식품 전문관 ‘미식관’을 선보였다. 최신 식품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SSG닷컴만의 큐레이션으로 엄선해 선보인다는 점을 무기로 내건 뒤 유명 스타 셰프와 협업 상품을 연달아 선보였다.
2025년 6월 말에는 식품을 6가지 테마로 세분화한 ‘테마키친’과 사용자 사이의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티 ‘미식로그’ 등을 추가하며 미식관을 개편했다.
당시 SSG닷컴은 미식관의 목표를 놓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미식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美지엄 입장은 하루 3회차에 걸쳐 가능하다. 사전 예약을 하지 못했어도 티켓을 구매해 선착순 입장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3만원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