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과 LG그룹이 전격적으로 합의한 반도체 웨이퍼 전문생산기업 LG실트론의 지분매매를 놓고 두 그룹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SK그룹은 지주사 SK를 통해 LG실트론을 인수해 반도체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룰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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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 SK 사장. |
LG그룹 역시 LG의 사업구조개편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기업가치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4일 “SK그룹은 LG실트론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부문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며 “인수배경으로 반도체공정 미세화와 3D낸드 확산으로 반도체용 웨이퍼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LG실트론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규소박판)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기업이다. 1983년 동부그룹이 미국 몬산토와 합작으로 ‘코실’을 설립했고 그뒤 1990년 LG가 인수하며 ‘실트론’으로 회사 이름이 바뀌었다.
국내 유일의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다. 2016년 3분기 누적매출은 621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늘어났다. 이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3억 원, 5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LG가 보유하고 있는 LG실트론의 지분 51%를 6200억 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통과했다.
SK그룹은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반도체사업에 진출해 2015년 반도체용 특수가스 생산업체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리티얼즈)를 인수한 데 이어 LG실트론을 인수해 반도체 핵심소재사업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장원 IBK증권 연구원은 “SK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SK머티리얼즈에 이어 반도체용 웨이퍼 생산업체를 인수해 반도체소재사업을 확대하게 됐다”며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로 수익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LG실트론의 실적개선에 따라 상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이번 지분매매가 SK 못지않게 LG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LG 입장에서 LG실트론은 주 수요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LG그룹이 추구하는 성장동력에서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아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매각은 LG가 고민을 덜어내고 성장동력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SK의 LG실트론 지분 51%의 인수가격 6200억 원은 주당 1만8319억 원,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1조2천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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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현호 LG 사장. |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거래를 통해 SK그룹이 향후 원천기술의 내재화는 물론 중국으로 매출을 확대할 것"이라며 "SK머티리얼즈와 실트론을 통해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의 반도체 핵심소재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만큼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IT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비용절감과 시너지 창출을 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SK가 매년 브랜드 로열티와 배당수익을 통해 8천억~9천억 원의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어 인수가격에 무리는 없어 보이지만 반도체업황의 개선 여부에 따라 고가인수 논란이 일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어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LG는 6200억 원 현금을 활용해 전장, 화학, 바이오, 가전 등 신성장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했다”고 파악했다.
LG실트론은 SK그룹의 반도체사업 강화에 힘입어 앞으로 성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의 증가에 따라 반도체재료인 실리콘웨이퍼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의 입장에서는 웨이퍼 구매선을 상대로 협상력을 키울 수 있고 LG실트론은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바라봤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SK그룹이 반도체부문에서 글로벌기업과 추가적으로 사업협력에 나서거나 해외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SK와 LG 주가는 24일 소폭 오른 채로 거래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