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가 시멘트업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시멘트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앞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쌍용양회를 자진해 상장폐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한앤컴퍼니, 현대시멘트 인수에 총력 기울일 듯
2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시멘트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하나금융투자 컨소시엄과 삼일회계법인이 2월 중순에 현대시멘트 본입찰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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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
현재 한앤컴퍼니-쌍용양회 컨소시엄을 비롯해 한라시멘트, 유암코(연합자산관리), 현대성우오토모티브, IMM프라이빗에쿼티(PE), LK투자파트너스-신한금융투자 컨소시엄, 파인트리자산운용 등 7곳이 현대시멘트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자금력과 시멘트사업 확대의지 등을 고려했을 때 한앤컴퍼니와 한라시멘트를 가장 유력한 현대시멘트의 인수후보로 꼽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15년 출하량을 기준으로 한 시멘트업계 시장점유율은 쌍용양회가 23.2%를 차지해 업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성신양회(14.9%)와 동양시멘트(13.9%), 한일시멘트(12.1%), 한라시멘트(12%), 현대시멘트(9.6%), 아세아시멘트(7.1%)가 그 뒤를 잇는다.
한앤컴퍼니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시멘트업계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게 된다. 반면 한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 쌍용양회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1%포인트 안팎까지 좁힐 수 있다.
두 기업 모두 현대시멘트의 인수여부에 따라 경영환경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 본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앤컴퍼니가 현대시멘트 인수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시멘트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쌍용양회의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말에 자동차용 부품을 생산하는 쌍용양회의 자회사인 쌍용머티리얼을 801억 원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쌍용양회에서 석유유통을 담당하는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쌍용에너텍을 설립했는데 향후 매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시멘트 주력기업으로 재편하고 있는 과정을 놓고 볼 때 시멘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시멘트 인수에 온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대시멘트 매각가격은 현재 5천억~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 현대시멘트 인수하면 쌍용양회 자진 상장폐지할 가능성도
한앤컴퍼니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해 시멘트업계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 인수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쌍용양회를 자진해 상장폐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투자은행업계에서 나온다.
한앤컴퍼니가 지난해 쌍용양회 인수와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며 쌍용양회에 쏟아 부은 돈은 모두 1조3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시멘트까지 인수하면 거의 2조 원에 육박하는 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들어간 만큼 소액주주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쌍용양회의 자진 상장폐지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한앤컴퍼니는 과거에도 인수했던 기업을 자진해 상장폐지한 사례가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1년에 코스닥 상장사였던 카메라모듈 제조기업인 코웰이홀딩스를 인수한 뒤 석달 만에 자진해 상장폐지했다.
그 뒤 한앤컴퍼니는 코웰이홀딩스의 구조조정을 추진한 뒤 2015년 3월 홍콩증시에 상장해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한앤컴퍼니는 23일 현재 쌍용양회의 지분을 77.43% 보유하고 있다. 자진 상장폐지 요건인 지분율 95%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약 18%가량의 주식을 더 사들여야 하는데 자사주를 공개매수하는 형태로 지분확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23일 쌍용양회 주가(1만4650원)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약 2300억 원을 투입하면 자진상장폐지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시멘트업계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방안을 세운다면 현실적으로 자진 상장폐지가 유일한 해답이 될 것”이라며 “현대시멘트 인수전 결과와 쌍용양회 체질개선 작업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