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제재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일부 지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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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생명보험회사들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원래 1월에 열어 제재수위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2월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일부를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바뀐 상황을 검토하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2011년 1월24일 이후에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2011년 1월24일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 가운데 일부는 자살보험기금으로 출연하고 일부는 고객에게 지급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2011년 1월24일에 국회에서 통과돼 금융감독원이 약관을 위반한 보험회사에게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소급적용되지 않는 만큼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에게 약관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를 내릴 법적 근거가 없어진 셈이다.
대법원 판결과 달리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배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데도 금감원의 뜻에 상당수준 따라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기금을 출연하고 교보생명은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 형태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이유도 배임혐의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다. 한화생명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일부 지급하기로 결정한 만큼 금감원이 중징계를 내릴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 점도 금감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일부 지급방식은 금감원의 뜻에 따라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금감원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행정제재를 피할 수 있는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달리해 고객을 차별하는 등 소비자권익을 여전히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이 지급하는 자살보험금 규모가 삼성생명 600억 원(기금출연금 200억 원 포함), 교보생명 200억 원, 한화생명 200억 원 등으로 전체 미지급된 자살보험금의 20%가량에 그친다는 점도 지적된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규모는 삼성생명 1608억 원, 교보생명 1134억 원, 한화생명 1050억 원이다.
‘자살보험금 사태’에 연루된 생명보험회사 14곳 가운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을 제외한 11곳은 모두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만큼 다른 생명보험사와 같은 수준의 징계가 내려지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에게 예정대로 영업권 반납과 영업정지, CEO해임 등 강력한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끝까지 버티며 일부만 지급하거나 엉뚱하게 ‘사회공헌기금’을 만들겠다고 ‘흥정’하고 있다”며 “중소 생명보험사들은 도의와 사회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지급키로 했으나 대형사인 ‘빅3’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도 오히려 일부만 지급하기로 하면서 배임 등 문제가 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