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무산되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담수청(SWCC)과 체결한 1조6천억 원 규모의 얀부 3발전 프로젝트 공사의 계약이 해지됐다고 16일 밝혔다. 부품 변경에 따른 비용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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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9월 삼성물산과 카자흐스탄에서 진행하던 대규모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이 공사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과 함께 추진하던 사업이었는데 카자흐스탄 정부가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수주가 무산됐다.
이밖에도 최근 몇년 사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추진하던 대형 프로젝트들이 공사중단이나 계약해지로 무산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공사중단이나 계약해지가 이뤄지는 대부분의 사유는 발주처의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급증하거나 저유가로 중동지역에서 정부예산이 삭감되자 발주처들이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생기고 있다.
특히 발주처가 추가비용의 부담을 시공사들에게 떠넘기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건설시장이 발주처 중심으로 이뤄진 데다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지역에서 주로 ‘턴키’ 방식으로 계약을 맺은 점도 이런 위험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동지역으로 건설사들이 몰리면서 현지 발주처가 ‘갑’이 되고 시공사들이 ‘을’이 됐다”며 “시공사가 설계부터 건설, 시운전 등 전 과정을 맡는 턴키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지면서 발주처가 비용을 떠넘기기 좋은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계약 해지로 당장 건설사들은 수주목표 달성과 매출에 차질을 빚게 된다. 수주잔고도 감소하면서 일감 확보에도 비상이 걸린다.
그러나 이런 계약해지 움직임을 무조건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부실이 더욱 커지기 전에 먼저 계약해지를 검토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주처가 무리하게 공사조건 변경을 요구하면 과거 국내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였던 것과 달리 최근 이를 거부하는 일도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예전보다 철저하게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원가율 상승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손실이 큰 사업장에서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먼저 손을 떼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해외 발주처를 상대로 2천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점도 비슷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발주처 가운데 하나였던 미국 알코아의 기술진이 공사 감리업무를 소홀히 하고 부당한 보수공사를 요구해 공기가 1년 이상 지연된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